[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발냄새“NO”…부부애‘폴폴’

입력 2008-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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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서, 남편하고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힘들 때가 참 많았습니다. 헤어질 위기도 수없이 넘겼습니다. 저희 남편은 회사에서 기계 정비일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 만드는 회사라서 그런지 먼지도 많고, 기계도 자주 고장이 나서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먼지도 먼지지만, 한번 기계가 고장 나면 하루 종일 기계 옆에 매달려서 그걸 고쳐야 합니다. 그래서 늘 업무가 힘들다면서 집안일을 도와준다거나, 애들을 봐주는 일이 절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남편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청소기도 돌려주고, 빨랫줄에 널어 두었던 빨래도 잘 정리해서 한 쪽에 놓아두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 요즘 많이 변했어요!” 하고 말했더니 이 사람이, “변하긴 뭐가 변해! 예전에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다 하면 당신이 심심하잖아. 그래서 일부러 안 한 거야” 이러는 겁니다. 그 말에 웃었지만, 사실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변한 이유… 사실 얼마 전에 남편과 나이가 똑같은 여자동창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로는 갑자기 확 변해서, 저를 많이 위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저녁, 갑자기 이 사람이 제 발을 씻겨주겠다고 했습니다. 세숫대야에 물 받아서 조심조심 제 발을 씻겨주면서, 남편이 “당신 나한테 시집 올 때는 참고 왔는데 이젠 발도 많이 망가졌다” 하면서 목이 메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에 너무 행복해서 제가 먼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남편한테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고, 나한테만 잘해 달라고 투정부렸던 것도 생각났습니다. 남편에게 더 잘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저만 받을 수 없어서 저도 남편의 발을 씻겨 주었습니다. 남편보다 몸을 낮춰 발을 씻겨주는데 기분이 참 묘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발로 우리가족을 위해 얼마나 뛰어다니고, 얼마나 힘들어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남편의 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도 제가 씻겨주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더니, “우리 이제 매일 저녁마다 이렇게 서로의 발을 씻겨주면 어때?” 했습니다. 그 후부터 저희 부부는 서로 피곤해 할 때, 혹은 부부싸움 했을 때, 이렇게 발을 씻겨주며 위로도 해주고, 화해도 했습니다. 서로의 발을 씻겨주다 보면 사랑도 더 깊어지고, 서로에 대한 생각도 더 애틋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부끼리 먼저 발을 씻겨주겠다고 제안해 보면 어떨까요? 서로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을 겁니다. 부산 서면 | 서유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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