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호호,지는게이기는거예요

입력 2008-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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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결혼한 지 21주년 되는 날이 왔습니다. 저는 은근히 조용한 곳에서 분위기 잡고 저녁을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남편이 워낙에 무뚝뚝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 기대도 안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대신 고기라도 먹으러 가자며 가까운 갈비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기념일에도 불구하고 기분 탓인지 영 음식도 입에 안 맞고 해서 저도 모르게 “이 집은 음식 맛이 별로네”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저에게 음식 타박한다고 뭐라고 했고 순식간에 분위기는 썰렁해졌습니다. 저는 날도 날인만큼 분위기도 좀 띄워보려고 남편에게 술 한 잔 하자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나 술 안 마시는 거 알잖아. 먹고 싶으면 당신이나 마셔” 하는 겁니다. 전 조금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참고 맥주 한 병을 시켜 같이 온 아들과 한 잔씩 따르고 남편에게도 맥주를 따라주며 건배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건배의 한마디를 하자고 했더니 그런 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거라면서 핀잔을 주더군요. 전 참다 참다 너무 화가 나서 “아니, 결혼기념일인데 당신 ‘나랑 21년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이런 말도 한마디 못 해줘? 꼭 그렇게 빈정거리는 말만 골라서 해야겠어?”라고 말하고는 밥도 먹는 중 마는 둥하고 집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기분이 영 안 풀려서 남편은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보니 ‘부부십계명’이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단숨에 십계명을 읽어보니 저희 부부에게는 지켜지는 항목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 사랑했을 때의 설렘과 감동은 없어진지 오래였고, 서로에게 칭찬해주는 것도 없습니다. 자주 다른 집 남편과 비교하고, 둘이 함께 하면서 진솔하게 대화해본 게 언젠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그래도 21년을 함께 했고, 앞으로 함께 할 날이 더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무덤덤하게 산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부십계명’을 프린트해서 안방 침대 옆에 붙여놓았습니다. 남편은 그걸 보고도 심드렁해서는 “이런걸 뭐하러 붙여.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는 거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하면서 침대에 드러눕는데 어찌나 밉던지…. 하지만 저는 부부십계명에 나온 ‘분노를 품고 침상에 들지 않는다’와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않는다’는 계명을 지키기 위해 남편에게 “그래도 이걸 자꾸 보면 서로 조심하게 되고 그럼 달라지지 않겠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속은 쓰리지만 별 수 있나요? 그래도 서로 계속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사는 거지요. 앞으로 ‘부부십계명’을 잘 지켜서, 내년 결혼기념일에는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보낼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라봅니다. <부부십계명> 1.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않는다. 2. 불이 나기 전에는 고함을 안 지른다. 3. 하루 한 번 이상 칭찬하고 격려한다. 4. 다른 부부와 비교하지 않는다. 5.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는다. 6. 분노를 품고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7. 처음 사랑을 잊지 않는다. 8.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 9. 상대를 고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다. 10. 둘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 충남 아산 | 최연실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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