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엉금엉금PC…깡충깡충내맘

입력 2008-05-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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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인터넷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아…다른 게 아니라, 인터넷 해지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하고 첫마디를 땠더니, 상대방이 “아니 고객님. 6년이나 사용하셨는데 왜 끊으세요? VIP 고객이신데요” 하면서 의아해했습니다. 그 말에 저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그런데 저희 집 컴퓨터가 너무 오래돼서 인터넷이 자꾸 다운되고, 속도도 느리거든요.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컴퓨터를 바꿔야 하는데, 저희 집 형편상 바로 컴퓨터를 살수가 없어서, 당분간 안 쓰려고 그래요. 사용료 3만원을 다달이 내는 게 아까워서 해지를 하려고요” 하고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그 상담원이 “어머∼ 그럼 고객님∼ 저희가 인터넷 장기이용자에게 무이자 할부로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건 어떠세요?”하고 제안했습니다. 그 말에 전 귀가 솔깃해져서 “정말요? 그런 게 있어요?” 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격이 별로 싼 것도 아니고, 특정 서비스에 가입도 해야 되는 거라, 그냥 “남편하고 상의 좀 해 볼게요”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처음 계획은 인터넷 해지하고, 제 휴대전화를 정지시켜서 다달이 10만원을 저축하는 거였습니다. 상담원과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큰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요즘은 숙제도 인터넷 검색해서 해야 하는 것도 많은데, 숙제 할 때마다 이웃에 갈 수도 없고 PC방에 보낼 수도 없습니다. 인터넷을 해지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휴대전화 중지도, 나중에 애들 데리고 외출 할 때 애 둘에다가 갓난쟁이 데리고 일일이 공중전화를 찾아다니며 전화 할 수도 없을 거고요. 바로 중지하는 건 또 좀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뭐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우리 딸내미 때문에 사교육비 걱정이 아주 큰일입니다. 다른 집에선 이것저것 시키면 애들이 하기 싫어해서 문제라고 하던데, 저희 딸은 미술이며, 피아노며, 보내달라는 학원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일부러 못들은 척 딴청을 피우기도 하지만, 피아노 학원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거의 몇 개월 째 조르고 있어서, 이번 5월 달부터는 등록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부업을 했는데 그 일당이 어느 정도 쌓여서 조금은 여유가 있습니다.‘내 새끼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나 힘든 게 대수인가?’ 학교에선 우리 딸이 뭐든지 잘 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배우고 싶다는 거 있을 때 열심히 가르쳐야지 싶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됐다고 좋아서 방방 뛰는 아이 보면서 저도 다시 한번 힘을 냅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느린 건 정말 속이 터집니다. 이 글도 쓰는 건 30분 밖에 안 걸렸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게시판 열고, 다시 확인 키 눌러서 전송하는데 거의 1시간은 걸린 것 같습니다. 엔터 한 번 치면 함흥차사고, 기다리다 보면 다운되고…그래서 엔터 치고 부업하다, 또 엔터 치고 부업하다 하면서 완성했습니다. 어휴∼ 정말 사연 쓰기도, 살기도, 너무 너무 힘듭니다. 경기 시흥 | 윤혜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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