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혁의닥.본.사.]거침없이솔직한‘온에어’시청률도사랑도‘溫에어’

입력 2008-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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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온에어’는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의 자기반성이자 알리바이다. 일단, 자기반성부터. ‘왜 우리나라에는 ‘C. S. I.’같은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없는가’하는 이제는 약간 신물이 나는 질문에 대해, 먼저 “내 탓이요”를 얘기한다. 작가는 재벌과 출생의 비밀이 준 대중적 성공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고, 연기 못하는 배우는 자신의 연기력을 감춰줄 언덕만 찾아 숨으려고 한다. 방송사는 스타 배우 한사람의 출연 여부에 드라마를 엎었다 메쳤다 하며, 기획사는 자신의 배우가 뜨느냐 안 뜨느냐가 드라마가 달에 무사히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 다음은 알리바이. 정말 착한 드라마 한번 써보겠다는 작가에게 대중은 10대의 시청률로 반응하고, 칸에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이 한번 꽉 물었더니, 여전한 연기력 논란에 비디오 파문까지. 광고 60밖에는 못 판 드라마에 제작비 2000만원 더 줄려고 하다가 국장은 사표 쓸 위기에 처하고, 배우도 없고 시청률도 안나오는 기획사에는 투자한 자금을 내일까지 내놓으라는 엄포만 돌아온다. 대한민국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아니 소위 착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이래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도대체 이 책임이 전쟁을 하듯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한테 있는 것이냐며 항변한다. 하지만, 드라마 ‘온에어’의 미덕은 단순히 자기반성과 알리바이를 늘어놓는데 그치지 않았던 데 있다. 바로 꿈을 보여주는 것. 극중 ‘티켓 투 더 문’의 연출자 이경민 감독의 말. “우린 지금 달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가려는 달엔 계수나무도 토끼도 없습니다…계수나무와 토끼가 달 속에 살아있다고 믿게 하는 힘 그게 드라마 아닐까요?” 드라마 ‘하얀 거탑’이 병을 고치는 의사들도 욕망과 정치 앞에 한 없이 무력한 한 사람임을 보여줬다면, ‘온에어’는 화려해 보이는 방송사 혹은 드라마 뒤편에 돈이 있고, 권력이 있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통해 이해를 구했다. 드라마란 현실을 버무려서 꿈을 보여주는 것. 당장 제작비가 없어도 작가의 자존심은 지켜주려는 제작자, 목이 날아갈 각오로 후배 연출가를 위해 버텨주는 국장, 자신의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싸구려 무릎이 되는 것도 마다 않는 매니저, 이들 모두가 우리 드라마의 실제 현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계수나무이고 토끼일지 모르지만, ‘온에어’는 거침없는 솔직함과 자신감으로 그들이 가고자 하는 달에는 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혹은, 우리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성공적으로 전달했고 대중은 반응했다. ‘방송 중’이라는 뜻의 ‘온에어’(On Air)란 말을 그대로 풀면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을 허공에 뭔가 띠우려는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맙지만, 그래선지 조금은 허무하다. 드라마 ‘온에어’를 보고 “정말 저렇게 ‘쌩쇼’를 해야 드라마를 만들 수 있나요?”라는 어떤 질문에 했던 대답은 이랬다. “좀 더 심하죠”. 정말 그렇다. 이 문 혁 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사업팀 프로듀서 나름 평탄했던 음악 채널의 PD 생활을 조기 종영하고 거칠고 짓궂은 드라마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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