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칸]거센할리우드입김,굳센한국영화위상

입력 2008-05-2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ü

더욱 거세진 할리우드의 입김. 제 61회 칸 국제영화제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 몇 년 동안 칸 영화제에선 할리우드의 입김이 강했다. 그와 더불어 영화제의 상업성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2006년에 ‘다빈치 코드’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그 비판은 절정에 달했다. 올해 역시 칸에서 최고 화제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었다. 22편의 경쟁부문 초청작 중 그 어느 작품도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보다 더 매스컴과 일반 관객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도 경쟁부문 상영작에 버금가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 칸은 영리하게도 상업성과 영화제의 본분을 균형감각으로 지켜내며 61번째 축제를 마쳤다.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같은 블록버스터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와 동시에 칸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언론의 기대를 많이 받은 작품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였다. 혁명가 체 게바라의 열정을 4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으로 표현했다. 미화도 없고 신파적인 감동도 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그린 영화는 모든 평가와 감흥을 관객의 몫으로 돌린 새로운 작품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질링’은 안젤리나 졸리를 칸 레드카펫 위에 서게 하며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에 맞선 가냘픈 여인의 투쟁을 그렸다. 다르덴 형제의 ‘로르나의 침묵’은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빈곤한 여성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투영했다. 올해 칸은 단 한 편의 한국영화도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편의 한국영화와 세 명의 감독 작품을 비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이를 두고 한국영화에 대한 칸의 관심이 너무 과장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대해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높다. 2004년 ‘올드보이’ 이후 뛰어난 감독들이 영화를 이 곳에서 계속 선보이고 있다. 칸은 유럽만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을 아시아의 중심으로 생각하며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놈놈놈’이 경쟁 부문에서 떨어져 비경쟁부문으로 초청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해 ‘밀양’으로 경쟁부문, 올 해 ‘놈놈놈’을 통해 비경쟁 초청작 주인공으로 칸을 찾은 송강호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놈놈놈’은 처음부터 경쟁부문을 생각하지 않았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대형 영화와 함께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고 밝혔다. 영화제 초반 관심을 받은 ‘추격자’는 이번에 마켓에서 9개국에 수출되는 성과를 얻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소개된 이 영화는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고, 나홍진 감독은 ‘제 2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많은 작품이 소개돼야 한다. 칸은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이면서 가장 규모가 큰 필름마켓을 운영한다. 칸이 한국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작품 교류와 수출에서 모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