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걸스카우트’데뷔,이경실“‘나’를넘으려웃음기쏙뺐죠”

입력 2008-06-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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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포복절도, 숨김없는 시원한 웃음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 비슷한 또래의 개그우먼은 김미화, 박미선 정도가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코미디 무대에서 가장 장수하는 여성 희극인이다. 이경실이 방송활동 21년 만에 영화에 데뷔했다. 많은 코미디언들이 영화에 감초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상황. 이미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이경실에게 스크린 데뷔는 오히려 늦은 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뚜껑을 연 영화 ‘걸스카우트’(5일 개봉)에서 이경실은 지금까지 모습과 전혀 다르다. 곗돈 떼인 여자들의 계주 추격기,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믹범죄드라마. 하지만 그녀의 몫은 코믹이 아니라 가장 애절한 드라마였다. 그녀 스스로도 “연기할 때 스스로 가슴이 뭉클했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진행자이자 안방극장의 연기자가 왜 웃음기 하나 없는 정극 연기를 영화에서 이제 도전할까.》 이경실은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전공으로 연기를 했다. 우리(코미디언 출신) 연기는 약간 과장돼 탤런트, 영화배우들 연기와 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같다. 그런 점들을 이겨보고 싶었다. 관객이 ‘저 여자가 웃기는 이경실이다’는 것을 잊고 캐릭터만 보게 되는 진짜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 연기자 이경실 : 한석규, 박신양, 채시라, 전지현이 동문 이경실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위로는 이덕화와 한석규, 밑으로는 박신양, 이미연, 채시라, 김혜수에서 전지현, 조인성까지 동문이다. - 예전부터 연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데 이제 연기에만 전념할 생각은 없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연기만 할 수 없다. 첫째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할 수 없다. 나 같은 조연은 항상 배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보다 적은 개런티를 받는다. 방송활동도 함께 해야 많이 벌 수 있다(웃음). 두 번째는 예능프로그램 진행도 정말 어려운 연기이기 때문에 계속 하고 싶다. 몇 시간씩 녹화를 계속하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지만 겉으로는 웃어야 한다. 그리고 끝없이 다음 상황을 예측하고 애드리브도 해야 한다.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연기다“ - 아이 수술비 마련을 위해 모은 곗돈을 떼인 어머니의 초조함, 극도의 분노가 정말 생생했다.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어 그런 연기가 나온 것 같다. 도망간 계주 잡으러 갔다가 집으로 전화해 아이들 재우며 야단치는 장면을 보면 실제 내 모습 같다. 사랑한다며 아이를 재우다가도 버럭 소리 지르며 야단치는 엄마의 모습은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된 장면이었다. 단 예외는 있다. ‘청춘의 덫’에서 아이가 죽자 방바닥을 기며 우는 심은하의 연기는 엄마인 내가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 코미디언출신 연기자의 한계 뛰어넘고 싶다 - 많은 코미디언들이 드라마와 영화에 진출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줄 말도 많을 것 같다. “에이 임하룡님도 계시는데…. 수위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연기는 상대와 주고받는 호흡인 것 같다. 그런데 탤런트, 영화배우들과 우리의 호흡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상대역이 귀찮다고 도망갈 때까지 계속 연습하자고 쫓아다니며 배웠다. 남들 잘 웃긴다고 연기 잘하는 건 아니니까. 낮추고 또 낮춰서 많이 배워야한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을 것 같다. “솔직히 내 처지가 무슨 역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웃음) 좋은 역할 시켜주면 고마운 위치다. 하지만 바람은 있다. 지금까지 양념적인 역할이 많았다. 웃음을 주고 억척스럽고 그런 역할에 한정된 것 같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고정관념이 많은 데 그걸 뒤집어 줄 수 있는 역할을 꼭 한번 하고 싶다” - 매일 라디오진행도 하고 오락프로그램도 나가면서 정극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연기는 내게 풍요를 준다. 돈? 아니다(웃음)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풍요를 많이 느낀다. 화면에 비춰지는 짧은 장면을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고. 또 NG내고 고민하고 다시 노력해 완성해 낼 때의 희열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 데뷔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여자들이라면 모두 큰 스크린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출까 궁금해 할 것 같다. 나도 그랬는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별 느낌이 없었다. 소감을 꼽는다면 촬영 때는 밤샘 촬영이 정말 힘들었고 지금은 ‘2년 전에 받은 영화 개런티는 그새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게 제일 궁금하다(웃음).” 연기자 이경실은? 1966년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졸업 후 1987년 MBC 1기 공채개그맨으로 데뷔했다. ‘도루묵여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코미디언으로 잘 나갔다. 신인연기상, 우수연기상, 최우수상도 수 차례. 1994년에는 MBC 방송대상 코미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진행자로 변신, 매일아침 SBS FM을 진행하고 있다. 연기는 시트콤 얍을 시작으로 드라마 불량주부에 이어 사랑과 야망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최근에는 SBS 일일연속극 애자 언니 미자에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뛰며 아이들을 키우는 1남 1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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