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시아버님의촉촉한내리사랑

입력 2008-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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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8개월이 된 아기와 함께 시어머니가 하시는 분식집으로 갔습니다. 시어머니는 평일에는 같이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시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십니다. 주말이어서 아버님과 두 분이서만 일하시겠거니 하고 일부러 찾아뵈었습니다. 의외로 아버님께서는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으시고 저 온다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처음엔 그냥 어디 볼일 있어 나가시려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아버님께서 대뜸 “밥 먹으러 가자”며 저를 재촉 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어머니 가게에서 국수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아버님께서 “오리 고기 잘 하는데 알아놨으니까, 거기 가서 밥 퍼뜩 묵고 오자. 요즘 오리 안 먹는다 하지만, 그게 젤로 맛있는 음식이구먼. 얼른 인나라” 하시더니 먼저 나가셨습니다. 저는 “그럼 어머님은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다음에 같이 가면 된다고, 걱정 말고 따라오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신랑과 아기와 오리고기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한방 오리백숙을 시켜 놓고 먹으려고 하니까 갑자기 애가 칭얼거리고 울어댔습니다. 도저히 밥을 못 먹을 지경이었습니다. 애부터 달래놓고 밥을 먹으려고 일어났는데 아버님께서 당신이 애를 보실 테니 저보고 밥부터 얼른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할아버지가 안자마자 더 크게 울고 난리가 났고, 결국 저는 애들 달래려고 잠시 밖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밖에 갔다 들어와 보니 오리 한 마리가 손도 안 대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왜 그랬냐고 신랑에게 물어보니까 신랑 하는 말이 “말도 마라. 니 먹어야 된다꼬 아부지가 내 보고는 국물만 먹으라고 하고, 고기는 손도 못대게 하셨다∼” 이러더군요. 알고 보니 아버님께서 제가 아이 낳고 애 보느라 고생한다면서, 보양식을 한 번 먹이려고 그러신 거 더군요. 사실 저희 아버님이 좀 무뚝뚝하셔서 결혼하기 전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만 해도 “아버님은 내가 싫으신가봐”라고 했을 정도로 무서워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버님께서 표현이 좀 서투르셔서 그렇지, 제 생일에 밥도 사주시러 오시고, 필요한 거 사라고 용돈도 주시고, 제가 더 많이 해드려야 하는데 늘 제게 주시기만 하셨었습니다. 그 날 같이 점심 먹고 오는데 무섭기만 했던 아버님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거 같았습니다. 평소에 아버님이 ‘행복한 아침’ 자주 들으시는데, 이 사연 나가면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 살면서 더 잘하겠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아버님∼ 그리고 말도 못 하게 너무 너무 잘해주시는 저희 어머님∼ 두 분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부산 덕천동|강순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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