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아홉’에등장한악수

입력 2008-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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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B조본선리그
세상을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소주 반병을 놓고 “벌써 반병인가? 이제 그만 마셔야겠군”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헉! 어느새 반병? 이게 소주야 맹물이야?”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똑같은 형세를 놓고 프로들도 시각이 다르다. 물론 한쪽이 왕창 기울어진 바둑에 대해서야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균형이 어느 정도 잡힌 상황에서는 기풍에 따라, 성향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다. 이게 꽤 재미있다. 유창혁은 우리나라 프로기사 중 대표적인 낙관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남들이 보기엔 불리해 보이는데도 유창혁은 당당히 “내가 좋아”라고 외친다. 두터움이 부족하면 실리가 많음을 보고, 집이 달리면 두터움을 믿는다. 물론 낙관의 성향이 꼭 성적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강자들을 보면 비관파가 많다. 이창호가 세상이 알아주는 비관파요, 이세돌도 어느 정도는 비관파에 속한다. 계시원이 ‘아홉!’ 하는 순간 백홍석이 <실전> 흑1로 밀었다. 상당히 괴이한 수다. <해설1> 흑1로 잡는 게 정답이다. 흑5까지 이 백은 달아날 수 없다. 프로라면 자다가 일어나도 0.1초면 보는 수. 백홍석이 이 수를 보지 못했을 리 없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물론 봤다. 하지만 우상귀에서 패가 날까봐 이 부근에서 팻감이 나오는 게 싫어서 <실전> 흑1로 두었다.” 라고 했으나, 검증 결과 우상귀에서는 패가 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렇게 되면 실전 흑1은 미안하게도 ‘떡수’다. 백4가 졌으면 패착이다. 되든 안 되든 <해설2> 백1로 차렷하고 버틸 자리다. 실전은 백20까지 패가 나고 말았다. 이래서는 사실상 바둑 끝이다. 흑의 승리가 눈앞에서 넘실거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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