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LIVE]기타든에밀쿠스트리차

입력 2008-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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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통해 독특한 미학세계와 초현실적인 감각으로 세계 영화사에 깊고 날카로운 음각을 새겨 온 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54·사진 오른쪽)의 이름을 모른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이 시대의 진정한 ‘필름거인’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 온다. 그런데 영화팬들은 섭섭하겠다. 이번 내한을 통해 그는 영화가 아닌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메가폰 대신 일렉트릭 기타를 둘러메고, 세르비아 록집시 밴드 ‘노스모킹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는 것이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즉흥적 이벤트라고 오인하지 마시길. 쿠스트리차는 이미 지난 1986년부터 이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고, 지금은 기타리스트로 포지션을 바꿨다. 쿠스트리차는 자신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2005년 칸 영화제에서 노스모킹과 함께 깜짝 콘서트를 열었고, 이후 함께 전 세계를 투어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음악은 쿠스트리차의 영화세계를 많이 닮았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고통과 애환으로 가득 찬 현실 속에서도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며 삶을 긍정하듯, 노스모킹은 발칸의 전통음악과 재즈, 펑크, 테크노, 로큰롤을 양푼에 넣어 쓱쓱 비벼낸 ‘쿠스트리차&노스모킹식 잡탕 비빔밥’을 식탁에 올린다. 자유롭고 낙천적인 집시의 영혼이 음표 위에서 춤을 춘다. 한 마디로 신나는 음악이다. 듣고 있자면 온 몸이 근질거려 견디기 힘든 음악이다. ‘금연’의 쾌감, 아드레날린이 분수처럼 폭발하는 음악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항우울제 음악’임을 자처하며 스스로 ‘운자운자 음악(Unza Unza Music)’이라는 정체불명의 장르를 부여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기타(에밀 쿠스트리차), 색소폰, 튜바, 바이올린, 아코디언, 퍼커션, 키보드 등 11명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삶은 기적이다’ 등 영화 OST와 함께 자신들의 앨범 ‘운자운자 타임’의 대표 수록곡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6월24일 8시 LG아트센터 문의 2005-0114>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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