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이어온 지고지순한 사랑이 임종을 앞둔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에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힙합 스타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본명 서정권·34)와 t 윤미래(27)가 2007년 6월 결혼식을 올려 부부의 연을 맺었다. 3월에는 아들을 낳아 부모가 됐다.
이 같은 사실은 타이거JK의 아버지 서병후 씨가 불교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서씨는 기자 출신으로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 한국특파원을 지냈으며, 국내 최초의 팝칼럼니스트로 꼽힌다.
두 사람은 음악적 동지로 만나 인생의 반려자가 됐다. 96년 혼성 힙합그룹 업타운으로 데뷔한 윤미래는 99년 드렁큰타이거로 데뷔한 타이거JK의 음악에 빠지면서 팬이 됐다. 두 사람은 윤미래가 타샤니로 활동하던 2001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면서 커져갔다. 주한미군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기에 방황했던 윤미래는 원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면서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수를 포기하려 했고 실제로 한때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이때 타이거JK는 그녀의 곁에서 용기를 붇돋아주고 아픔을 감싸 안았다. 결국 윤미래는 타이거JK의 도움으로 지난 해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후 타이거JK가 2005년 희귀병이자 불치병인 척수염을 앓게 됐을 때는 윤미래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타이거JK의 아버지가 불교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아들의 회복에는 반려자인 윤미래의 헌신적인 정성이 숨어 있었습니다”고 고마워할 정도로 윤미래는 연인의 회복을 위해 헌신했다. 타이거JK가 척수염의 고통이 절정일 때 작업한 7집 수록곡 ‘태어나 다시 태어나도’는 이러한 윤미래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담은 노래다.
두 사람은 원래 2008년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 해 7월, 94세로 타계한 타이거JK의 할머니의 “손자의 결혼을 보고 눈을 감고 싶다”는 뜻에 따라 서두르게 됐다. 두 사람은 할머니가 숨을 거두기 한 달 전인 지난 해 6월 경기도 광주 금강승불교 신인종(神印宗) 샤캬무니 선원(禪院)에서 가족들만 모인 가운데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고 7집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해 7월 31일, 두 사람은 임종을 앞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잘 살겠다”고 약속했다.
그후 윤미래는 3월 시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을 낳았고, 현재 산후조리 중이다. 아들 이름은 서병후 씨가 ‘행운의 나무’라는 뜻으로 조단(祚檀)이라 지었다.
한편 척수염과 싸워온 타이거JK는 7집 발표 후, 가수 앤의 아버지인 재미 한국인 홀리스틱 테라피스트 지미 정으로부터 특수 건강치료를 받았다. 이와 함께 윤미래의 극진한 간병으로 드렁큰타이거의 JK척수염은 치유 단계로 접어들었다. 타이거JK는 특수 건강치료를 마저 받기 위해 조만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