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꽃놀이패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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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A조본선리그
<실전> 백5때가 문제다. 강지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요게 ‘가시’였단 말이야. <해설1> 흑1로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거든? 만약 받으면 백은 2로 따내고 흑3에는 4(▲자리). 문제는 이거야 이거.” 강지성은 백10을 가리켰다. 그렇다. 백△가 미리 와 있기에 백은 10으로 냉큼 건너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이건 흑이 뒤통수를 맞아도 된통 맞게 된다. 그래서 강지성은 <실전> 흑6으로 두었다. 눈물이 나는 한 수이다. “<해설1> 흑5 대신 <해설2> 흑1로 두면 안 됩니까?” 조금 전의 그 관전객이 또 끼어들었다. 사실 대국자와 친분이 없는 제3자가 이렇듯 복기 중에 불쑥 끼어드는 것은 결례이다. 하지만 홍성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도 벌써 프로 8년차인 것이다. “흑3으로 좌변 흑이 살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안 됩니다. 보시다시피 ….” “아! 백6까지 안 되네요. 흑이 죽는군요?” 관전객이 이마를 탁 치더니 홍성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결국 <실전> 백9까지 꽃놀이패가 나게 되어선 백 승리 확정. 이 패싸움은 흑이 이겨봐야 아무 득이 없지. 교과서에 실리면 딱 좋을 꽃놀이패 모양이야.” 강지성이 웃었다. 복기는 끝났다. 두 사람이 바둑판 위의 돌들을 부지런히 쓸어 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음료수 캔 두 개가 쑥 들어왔다. “오늘 두 번이나 좋은 수를 배웠지 않습니까. 약소하지만 이거라도 ….” 아까 그 관전객이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목이 꽤 탔습니다.” 강지성과 홍성지가 기분 좋게 캔의 뚜껑을 땄다. <246수, 백 6집반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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