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늘내편인이웃언니고마워

입력 2008-08-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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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이 곳으로 이사를 왔을 땐, 주위 환경이 많이 낯설었습니다. 이웃들과 서로 잘 몰라서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매일매일이 외롭고 라디오에서 슬픈 노래가 흘러나오면 감정이 복받쳐 저도 몰래 눈물을 닦는 횟수가 늘어만 갔습니다. 그런데 이사온 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이 하교 시간에 맞춰 집에 오는데 같은 반 친구와 그 아이 엄마가 함께 왔습니다. 전 갑작스런 손님 방문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서로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게 됐습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지낸 사이처럼 제 마음을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동안 제 외로운 이야기를 들었던 그 분은 “진작 찾아올 걸 그랬네. 내가 동생보다 4살 많으니까 우리 앞으로 언니 동생하면서 지내요. 괜찮죠?”라며 언니가 없는 제게 언니가 돼 주셨습니다. 소심한 제 성격에 비해 동네에서 화끈하고 인정 많은 ‘왕언니’로 통하던 언니는 저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이웃들과 어울리도록 자리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언니가 아파트 부녀회장이 됐을 때, 전 반장이 되었습니다. 또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언니는 제가 말하기가 무섭게 한달음에 달려와 저를 도와줬습니다. 작년에는 김장한다고 밤늦게 배추를 절여놓고는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씻는다고 화장실에 들어간 아들이 넘어져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남편과 함께 아들을 들쳐 업고 병원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치료를 잘 받고 다음 날 집에 오고 나니 그제야 베란다에 뒀던 절인 배추 생각이 났습니다. 가봤더니 누군가 말끔하게 김장을 해둔 것입니다. 저는 혹시나 싶어 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언니가 “수정이가 울면서, 오빠 쓰러져서 병원 갔다고 해서 너희 집에 갔어. 배추가 그냥 있기에 동네 아줌마 두 명 불러서 같이 했어. 애들 먹으라고 사골도 고아놨으니까 그거 먹이면 돼. 정신없었을 텐데, 쉬고 자세한 건 내일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언니 덕분으로 갓 지은 밥에 새로 한 김장 김치를 얹어 밥을 먹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던지…. 결국엔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는 친언니 이상으로 제게 잘 해주는 언니가 너무 고마워 선물을 사들고 다음날 찾아갔습니다. “내가 이런 거 받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왜 그래. 나도 언젠간 너한테 도움받을 일 생길 테니 그 때 잘 해줘. 이건 받은 걸로 할께. 우리 서로 마음으로 주고받자”라며 끝까지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추운 겨울에 내리는 반가운 눈처럼 보고만 있어도 위안이 되는 언니!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한 번 더 말해주고 싶습니다. 경기 고양|전기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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