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 24년전기타멤버그립네요

입력 2008-08-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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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4년 전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섬유회사에 취직해 재봉사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 곳에는 제 또래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효열이, 명심이, 저 그리고 미옥이까지 네 명이 참 친했답니다. 그런데 기숙사에 있다보니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중에 이틀 그리고 주말에만 외출이 가능하고 귀가 시간은 밤 11시였습니다. 만일 귀가 시간을 어기면 한 사람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타소리가 너무 멋지게 들려왔습니다. 그 때마다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 친구들에게 기타를 배우자고 했습니다. 다들 좋다고 해 모두 함께 기타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들뜬 마음으로 기타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첫날 선생님께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연주해 주셨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멋졌는지… 그렇게 일주일에 3번씩 기타 학원에 갔습니다. 저는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화장실에서 몰래몰래 밤새도록 코드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멋지게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그 날, 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기타강습일에는 맛있는 것도 사먹고 음악다방에도 꼭 들르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귀가 시간도 점점 늦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통금시간이 지나면 우리 4총사는 기숙사 뒷산 쪽으로 가서 한 명씩 담을 넘어 기숙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어느 날 마지막으로 제가 담을 넘으려는 순간 “거기 누구야!” 소리와 함께 수위 아저씨가 달려오셨습니다.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아저씨께선 “앞으론 늦게 다니지 말어! 사고나면 어쩌려고 그래. 이번 한 번만 봐줄 테니까 얼른 들어가”라며 저희를 보내주셨습니다. 물론 그 후로는 꼬박꼬박 귀가시간을 맞춰 다녔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명심이와 미옥이는 잘 지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서울 성북|옹점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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