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부부싸움해결사‘둘째시츄’

입력 2008-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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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아이들이 어릴 때 개를 키우면 안 되냐고 조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만 더 많아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개 한 마리 정도 키우는 것쯤이야 애들이 심심해하지도 않을 것 같고, 애들 정서에도 좋다고 해서 개를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왕 키우는 거 이미 다 큰 개보다는 강아지가 나을 것 같아 집 앞에 가까운 펫샵으로 갔습니다. 가게에는 TV에서 너무 귀엽게 나왔던 ‘시츄’가 딱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아무 망설임 없이 고 녀석을 사려고 했습니다. 막상 안에 들어가서 보니까 너무 축 처져서 누워만 있기에 제가 “얘는 잠만 자나 봐요? 건강한가요?”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자는 녀석을 깨우더니 조금 전까지 잘 놀다가 잠이 든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솔직한 맘으로 혹시라도 약한 강아지라서 병원비가 더 들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애들하고 약속까지 하고 온 터라 그 강아지를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길로 곧장 강아지 키우는데 필요한 집이며, 밥그릇, 장난감 등을 사고 동물병원에 가서 예방접종까지 시켜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한 2년 정도 요 녀석 하나만 키우다 보니까 강아지가 너무 외로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펫샵에 데려가서 교배를 시켜줬습니다. 나중에 새끼를 많이 낳으면 주변에 키우고 싶다는 집에 분양도 좀 하려고 했습니다. 막상 강아지를 낳고 보니까 전 아무리 못해도 네 마리 정도는 낳겠지 싶었는데 달랑 한 마리만 태어난 겁니다. 그래서 전 어차피 한 마리 더 키울 작정이었으니 요 녀석을 예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저는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혹시라도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서질까 싶을 정도로 강아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습니다. 키우는 내내, 저희 애들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 꼬물거리던 모습도 기억나고, 너무 귀여웠습니다. 다 크지 말고 딱 어릴 때 작은 그 모습으로만 있었으면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다 자라서 사람 말귀도 잘 알아듣고 예쁜 짓이 한창일 즈음이었습니다. 남편이 저랑 싸우다가 단단히 화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성질을 부린다고 고함을 팩! 질렀는데, 둘째 강아지가 움찔 놀라더니 남편에게 달려드는 거였습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안아달라고 온갖 아양을 부리더니, 남편이 하는 수 없이 안아주자 남편 입술을 사정없이 핥는 겁니다. 남편은 화가 난 상태에서 강아지까지 달려드니 더 화가 났는지 “에이, 하지 마! 너까지 왜이래”라며 강아지를 내려놓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어찌나 남편에게 키스세례를 퍼붓는지, 남편도 두 손 두발을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냥 피식 웃어버리는 바람에 그날 저와 남편의 싸움은 끝이 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둘째 강아지의 돌발 행동은 지금까지도 남편이 화가 났다 싶으면 마구마구 달려들어서 남편에게 뽀뽀를 하는데, 그 녀석 때문에 저희 부부는 싸움도 길게 못한답니다. 어떤 때는 괜히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 남편에게 화를 내보라고 할 정도인데요, 우리 집의 평화 해결사,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경북 경주 | 권영안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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