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윤종신“예능하며음악감수성좋아져”

입력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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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도, 가수도 모두 윤종신의 모습인걸요.” 윤종신이 어느 날부터 노래로 감동을 주는 가수보다 말로 웃음을 주는 진행자로 방송에 얼굴을 더 자주 나타내자 일부에선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슬픈 이별도 아름답게 만드는 서정적인 가사를, 섬세한 목소리로 부르던 ‘가수 윤종신’에 큰 가치를 뒀던 팬들은 ‘방송인 윤종신’의 모습이 아무래도 서운했기 때문이다. 25일 3년 반 만에 11집 ‘동네한바퀴’를 발표하는 윤종신은 “낯선 이미지 때문에 그럴 것이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윤종신은 과거에도 방송인이었다. 지금처럼 위트 있는 말로 인기도 꽤나 높았다. MBC ‘두시의 데이트’ ‘윤종신의 자유시대’ SBS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라디오가 대표작이다. “예전 라디오에서도 재미있게 했는데, 사람들은 이미지를 너무 한 가지로 고정화시키는 것 같아요. 사람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여러 감정이 있듯,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요. 음악적 조울, 이미지적 조울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는데, 예능활동이 사람들에겐 많이 낯선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 예능 활동의 새로운 경험, 가수의 음악적 감성엔 오히려 큰 도움 윤종신의 예능인 변신에 아쉬워했던 팬들은 그가 웃기려고 애쓰는 사이 음악적 감수성은 사라져버려 특유의 서정적인 노래가 더 이상 안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활동하며 바쁘게 지내다보면 오히려 음악적인 감성이 더 살아난다고 했다. “내 속의 정서는 늘 변함이 없어요. 오히려 많이 웃길수록 밤에 더욱 허탈하고 허전한 마음이 생겨요. 또 방송만 하다보니 음악 하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고…, 음악에 대한 갈구가 더 커졌어요.” 그는 이번 앨범작업을 하는 동안 방송인으로 바쁜 지내면서 오히려 음악적 감성을 이끌어내기가 더 쉬웠다고 한다. 음악만 할 때는 빈둥거리며 놀다가 곡을 쓰려하면 오히려 더 감정을 잡기가 힘든데 바쁜 일상에서 만나는 주위 풍경과 소소한 사건 문득 솟는 감정은 그를 매번 책상 앞에 앉게 했다고 한다. “바쁘게 일과를 마치고, 강변북로를 달리면서 본 한강의 야경…, 집 근처 공원에서 내려다본 야경…, 지쳐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보면서 드는 감정…, 이런 것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요. 지금 바쁘게 살면서 30,40대에 흔히 느끼는 정서를 나도 제대로 느끼는 것 같아 좋아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서 짬을 내서 쓰는 곡이 더 소중하고 애절해요.” 2005년 발표됐던 10집과 25일 발표될 11집 사이에 윤종신은 큰 변화가 있었다. 결혼과 득남, ‘직업’의 변화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윤종신은 방송이 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3년 반 동안 전력투구를 했다고 한다. 이왕 하는 일, 자신의 입지를 쌓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음악 작업을 했어요. 성시경, 옥주현 등 후배에게 곡을 주기도 했죠. 음악에 대한 욕심은 여전했고, 음악적으로 분출하고 싶은 감정도 많았어요.” # “예능 인기 편승해 앨범 내? 그럼 인기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까요?‘ 윤종신은 예능인 변신에 대한 비판에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지금은 편해졌다고 한다. “가수도 윤종신, 예능인도 윤종신, 야구하는 사람도 다 윤종신인걸요. 다 보여주고 나니 나도 편해지더라고요. 팬의 시각도 변하기도 하고, 어차피 모든 팬들의 수요에 맞추기도 힘든 일이라 생각하니 스트레스도 없어졌어요.” 사실 이번 앨범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사람은 또 ‘예능 인기에 편승해 앨범을 냈다’고 한다. 이런 비난에 윤종신은 싱긋 웃으며 “그럼, 인기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만약 윤종신이 예능인의 ‘약발’이 떨어질 즈음 앨범을 냈다면, ‘인기 떨어지니 앨범 냈다’는 말이 또 나올 것이다. 윤종신은 정석원과 함께 ‘팀 도피오’라는 프로듀서 팀을 만들었다. 11집이 팀 도피오의 첫 작품이다. 정석원은 편곡을 도맡고, 가사 및 정서적인 면의 작업은 윤종신이 맡는다. 11집 ‘동네한바퀴’는 타이틀곡이 ‘즉흥여행’ ‘내일 할 일’ 두 곡이다. MC몽이 피처링한 ‘즉흥여행’은 전 세계가 10월 경제대폭락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주고 싶어 만든 노래다. ‘내일 할 일’은 윤종신 특유의 아름답지만 슬픈 멜로디의 발라드 넘버다. 아들 라익군을 보며 만든 ‘오 마이 베이비’, ‘야경’ ‘동네한바퀴’ 등 10곡이 수록됐다.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젊은 인생 후배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살다보면 이별은 늘 있기 마련이죠. 이들을 위한 노래가 떠오르더군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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