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에메랄드 캐슬의 보컬 지우는 다시 마이크를 잡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1997년 ‘발걸음’ 1998년 2집 ‘프라미스’ 두 장의 음반 이후 가수활동을 중단했다.
그동안 그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노래를 하지 않았었고, 이번엔 “마음이 시켜서” 10년 만에 새 노래를 만들어 이달 중순 음반을 발표한다.
10년 만의 음반은 ‘기약’ ‘사랑아 어떻게’ ‘세번째 안녕’등 세 곡이 든 디지털 싱글이다. 에메랄드 캐슬 시절 불렀던 ‘발걸음’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는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프로듀서로만 참여했다.
2000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예수 역), 2001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베르테르 역) 두 편의 뮤지컬에 출연했고, 이지훈 아이비 이수영 이기찬 등의 보컬 트레이너와 작품자로 함께 작업했다. 또 현재 호서대학교와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후배를 가르치고 있다.
지우는 성악도 출신이다. 하지만 대중 음악에 매력을 느껴 대학 진학과 동시에 교내에서 밴드 활동을 했고, 91년도에는 MBC 대학가요제에서 출전, 대학 1년 후배인 롤러코스트 지누가 만든 ‘언제나 우리는’이란 곡으로 금상을 받았다. 이후 대중음악으로 진로를 완전히 바꾸고 에메랄드 캐슬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에메랄드 캐슬은 당시 음반기획사의 기획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음악적인 생각, 가야할 방향 등이 서로 달랐다.
“밴드란, 강요하면 안 되는 존재인데,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음악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존재인데, 그렇질 못했죠. 하지만 연주력이 아주 좋았던 밴드였어요. 멤버들끼리는 서로 잘 이해해주고 사이도 좋았죠.”
10년을 흘려보내고 다시 노래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그저 “내가 노래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했던 때가 왔을 뿐이라고 했다.
“(노래를 다시 해보라고)그냥 마음이 시켰어요. 다만 10년 만에 다시 노래하는데,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 보단,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내 마음이 움직여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10년 만에 발표한 ‘기약’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일본 안전지대의 보컬 타마키 코지를 연상케 하는 곡이다. ‘사랑아 어떻게’는 아이비 2집 수록곡으로 자신이 작사를 한 곡이다. “애정이 가서” 이 노래를 수록했고, 세 번째 곡은 ‘세번째 인생’으로 피아노 연주가 돋보인다.
“다시 활동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에메랄드 캐슬이란 팀 이름에 대해 책임감이 커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멋지게 활동하고 싶어요.”
그는 가능하다면 에메랄드 캐슬 옛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벌여보고 싶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