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매니저들의세계]매니저세계도‘그녀’들이접수한다

입력 2009-03-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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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매니저? NO! 여자 매니저가 뜬다. 최근 ‘금녀의 구역’이었던 매니저 세계에 명함을 내미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박진영, 원더걸스 등이 속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여자 매니저 4명을 새로 뽑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소속사인 내가네트워크도 여자매니저를 채용했다. 다른 기획사에서 여자 매니저를 고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여자 매니저는 있었다. 하지만 고달프기로 소문난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하는 여자 매니저는 그 자체가 기사화될 정도로 희귀한 사례였다. 그러다보니 기획사에서도 여자 매니저를 뽑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했다. ○ 공인 3단은 기본…전문 교육받은 인재로 기업화에 도움 여자라고 해서 매니지먼트계에 새로 입문한 그녀들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JYP엔터테인먼트가 뽑은 여자 매니저 중 한 명은 태권도, 합기도 등 무술 유단자이다. 열성팬이 많은 아이들 스타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활동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매니저의 가장 큰 역할인만큼 무술과 같은 ‘특기’는 중요하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선발한 여자 매니저 중 대학교 경호학과나 체육학과 출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한 남자도 힘겨워하는 직업 특성상 오랜 기간 몸을 단련해온 이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 JYP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체력적인 점 외에 체육학과 출신은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가 철저하고 힘든 훈련을 겪으면서 웬만해서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니저로서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매니지먼트과 출신 여자 매니저도 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매니지먼트 분야가 각광받는 관련 학과가 부쩍 늘었다. 학과 성별은 8:2 정도로 여성이 압도적. 이에 기획사에서도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여자매니저를 영입, ‘주먹구구식 매니지먼트’라는 고정관념을 깨려 애쓰고 있다. ○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이럴땐 억울해 여자 매니저들의 장점은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한다는 것. 브라운아이드걸스 매니저 여경선 씨는 “여자 매니저들은 단순히 연예인들의 활동을 현장에서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소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머 자격증 등을 따는 등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회사의 다양한 업무에 멀티플레이어로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자 매니저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경우도 아직 적지 않다. 한 유명 아이들(idol )그룹이 속해 있는 한 대형기획사는 얼마 전 소속 여자 스타의 요청으로 여자 매니저를 채용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기획사에서는 당분간 여자는 매니저로 뽑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바라보는 여자 매니저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한 여자 매니저는 “남자 매니저가 일주일 만에 그만뒀다고 ‘다시는 남자 매니저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안 하지지 않냐”며 “여자가 그만두면 ‘여자’라는 성별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일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여자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을 당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자 매니저는 “상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이고 사실 가끔 성적으로 불쾌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며 “어디 가서 불평할 수도 없어 스트레스만 받다가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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