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낙관주의자들은다죽었지요

입력 2009-03-1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65년 9월9일 북 베트남 상공을 비행하던 미 해군 소속 전투기가 격추됐습니다. 조종사는 인근 마을에 떨어져 곧바로 월맹군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됐습니다. 알고 보니 조종사는 그때까지 포로로 잡혔던 미 해군 장교 중에 가장 계급이 높은 제임스 스톡데일 제독이었습니다. 당시 통킹만 대공습으로 잔뜩 약이 올랐던 월맹군은 그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가했습니다. 어깨가 완전히 틀어지고 등뼈가 부러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스톡데일 역시 만만찮은 꼴통이었습니다. 월맹측이 자기 얼굴을 촬영해 선전에 이용하려고 하자 의자에 얼굴을 박아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자해를 했습니다. 동료들이 고문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면도칼로 손목을 그으며 저항했습니다. 하도 독하게 대들자 그에게 질려버린 월맹측은 그를 포로들과 격리시켜 독방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973년 2월 12일. 그는 마침내 생환되어 가족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 지옥 같은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스톡데일은 말했습니다. “반드시 살아서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나가게 되면 지금 이 경험을 내 생의 가장 멋진 사건으로 만들고 말겠다고 결심했지요.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한 현실과도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그 두 가지 모두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낙관주의를 경계하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성탄절에 석방될 거라고 희망을 품었던 그들은 속절없이 성탄절이 지나가자 실망했습니다.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또 기대했지만부활절과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절까지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들은 상심하며 죽어갔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함께 힘겨운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는 그의 생존철학은 작금의 암담한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충동에 경종을 울립니다. 그나저나 이 양반 성치도 않은 몸으로 1992년 미국대통령선거에 로스 페로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더니 무소속 후보로는 역대 최고의 19% 득표를 얻었습니다. 2005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스톡데일 제독. 그가 하늘나라로 올라간 날 거기서도 한참 시끌벅적했겠습니다. 글쓴 이 : 이규창 코치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