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묻지도따지지도않았습니다”

입력 2009-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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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팔로알토의 한 중국집에 세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인터넷 검색서비스를 자랑하던 알타비스타의 개발 책임자 폴 플라어티와 스탠포드 대학원생인 풋내기 개발자 브린과 페이지. 브린은 알타비스타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며 자기들의 검색엔진이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00만 달러쯤 받았으면 좋겠는데.’ 플라어티가 고민하는 동안, 두 사람은 신나게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플라어티의 답은 ‘사지 않겠다’였습니다. 브린과 페이지는 익사이트와 야후에도 제안을 해봤지만 그들 모두 거절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년쯤 지나 두 사람 앞에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벤처들에게 대부 노릇을 하던 앤디 벡톨샤임이 그들의 검색엔진을 최고로 인정했습니다.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끊어주고 돌아서며 마치 깜박 잊었다는 듯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그나저나 자네들은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이야?” 브린과 페이지는 멍하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앤디가 투자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돈 보따리를 들고 왔지만 브린과 페이지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검색엔진으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 그때까지 두 사람은 검색서비스에 붙는 광고를 몹시 싫어했습니다. 현란하게 번쩍거리는 인터넷 광고들 때문에 검색결과가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광고도 검색결과처럼 단순한 목록으로 제공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닷컴 열풍이 사그라 들고 광고주들이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하게 되자 브린과 페이지의 검색서비스로 몰려들었습니다. 구글의 성공은 이렇게 빵 터졌습니다. 10만 달러의 수표를 선뜻 내놓고 돌아서며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지는 벡톨 샤임의 멋진 모습. 그것이 구글 드라마의 첫 장면이었습니다. 믿을 만하십니까? 그렇다면 이순재옹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글쓴 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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