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가신후에야알게되었습니다

입력 2009-03-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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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처음 뵙던 건 아주 어렸을 적 첫 영성체 때였죠. 하얀 빛이 가득했던 어느 봄날 오후, 남자 아이들은 와이셔츠에 빨간색 띠를 옆으로 둘렀고 여자 아이들은 흰 드레스에 미사포로 머리를 감쌌었지요. 미사가 끝나고 어른들은 추기경님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뵐려고 다가갔지만 어린 저는 한 발 뒤로 물러섰고, 오히려 도망가려다 눈이 마주치자 저의 손을 잡아주셨지요. 그 다음 만남은 조금 더 커서였지요. 견진성사를 받는 날 추기경님이 오셔서 축복을 해주셨지만, 저는 온통 생각이 ‘부모님께서 끝나고 어디가서 밥을 사주실까’하는 생각에 해주신 말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종교도 신앙도 생활 속의 일부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다니는 성당이었고, 사람들 만나는 게 즐거워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당신이 가신 이후에야 듣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희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고, 어떤 행동을 원하셨는지. 당신이 가신 이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삶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늦은 밤, 성당에 앉아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당신을, 그리고 당신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글쓴 이 : 이형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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