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조선의신비가부활한다-국립국악원종묘제례악완벽복원

입력 2009-04-07 15:11:5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백년의 신비가 부활한다. 국립국악원(원장 박일훈)이 조선 중흥기의 유려하고 장중한 종묘제례악을 복원해 오는 16일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역대 왕의 신위를 봉안한 종묘에서 제례를 올릴 때 연주하던 음악이다. 1964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고, 2001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지켜야 할 인류의 보물로 인정받은 것이다. 종묘제례악은 크게 두 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태평’과 ‘정대업’이 그것으로 제례 시 보태평 11곡은 초헌에, 정대업 11곡은 아헌과 종헌에 연주한다. 여기에 기타 곡을 합쳐 총 27곡으로 이루어진 것이 종묘제례악이다. 조선 창건과 함께 탄생한 종묘제례악은 세종대왕 시대에 제대로 체계를 갖췄다. 보태평과 정대업도 이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연회곡으로 쓰였지만 세조가 “이 훌륭한 곡을 어찌 연향에만 사용하겠는가. 연향뿐만 아니라 제례에도 쓰도록 하라” 명했다고 전해진다. 그나마 조선후기에 와서는 제례 시에만 연주됐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종묘제례악은 크게 위축되고 원형을 다쳤다. 주 선율만 가까스로 남았다. 악기 편성도 대폭 줄었다. 일제시대 18명이 종묘제례악을 연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국립국악원은 수 년 간의 기획과 연구를 걸쳐 뼈대만 남은 종묘제례악에 원전의 살을 붙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악기의 복원. 세조실록 등에 수록된 종묘제례악의 악보는 본래 현악기 악보였지만 현악기의 연주전통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단절된 탓에 지금까지 편종과 편경 악보로 전해져 왔다. 이번 연주에서는 ‘악장요람’, ‘속악원보’ 등의 악보와 전승되는 종묘제례악의 선율 등을 참고해 현악기 선율을 되살린다. 덕분에 종묘제례악에서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당비파, 월금, 대쟁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특종, 특경, 노고, 노도를 편성한 점, 앉아서 연주하는 방향을 사용한 점, 관악기 보완 등을 통해 종묘제례악의 온전한 모습을 되살리는 데 노력했다. 국립국악원 양경숙 악장은 “종묘제례악은 정신과 사상, 예를 강조한 음악이며 나라와 함께 한 ‘나라 음악’이다. 신명나지도 흥을 돋우지도 않지만 세계에 내놓을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사랑해야할 음악”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정기공연으로 김한승 예술감독이 지휘자격인 ‘집사’를 맡는다. 80여 명의 정악단원이 역사적인 원전 초연에 나선다. 4월 16일(목) 7시 30분|국립국악원 예악당|문의 02-580-3300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