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감성베레조프스키의‘제2협주곡의밤’

입력 2009-04-13 14: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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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모’가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이름의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2006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의 밤’, 2007년 ‘러시안 협주곡의 밤’으로 내한해 국내팬들에게 신들린 듯한 손가락의 마술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엔 ‘제2번 협주곡의 밤’을 들고 왔다. 국내 음악팬들 사이에 ‘베레좁’으로 통하는 베레조프스키는 19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음악계 전면에 급부상한 스타 피아니스트다. 이른바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계승자인데 선배들의 족적을 고스란히 되밟는 스타일은 아니다. 2002년 내한 공연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들려주었던 베레조프스키는 일단 기량이라는 측면에서 의구심을 품을 자가 없다. 그가 건반 위를 눈이 부시도록 질타하는 모습은 귀에 앞서 눈이 먼저 놀란다. 피아노를 기계적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강인한 파워는 F1의 스피드 레이서를 떠올리게까지 만든다. 최근에는 스웨덴 챔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녹음해 호평을 받았다. 텔덱 레이블을 통해 내놓은 쇼팽, 슈만, 라흐마니노프, 무소르그스키, 발라키레프, 메트너, 라벨의 독주 작품집도 대단했다. 그의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음반은 독일음반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이번 공연에서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브람스의 세 협주곡을 연주한다. 모두 2번 협주곡이다. 그래서 타이틀도 ‘2번 협주곡의 밤’이다. 베레조프스키의 명인기를 받쳐줄 오케스트라로는 유라시안 필하모닉이 나선다. 국내 간판 지휘자 금난새의 음혼(音魂)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유라시안의 이름이 반갑다. 이번 지휘는 드미트리 야블론스키가 맡는다. 현재 러시안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로, 베레조프스키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 이번 연주회에서 이들 간 ‘우정의 소리’를 듣는 맛도 쏠쏠할 듯싶다. 세 곡 모두 귀에 익을 대로 익은 곡이지만 역시 라흐마니노프가 기대된다. 러시안의 감성이 어두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라흐마니노프의 2번. 베레조프스키의 손끝에선 어떻게 펼쳐질까. 서울 공연에 앞서 29일에는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30일에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다. 5월 1일(금)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마스트미디어 02-541-6235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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