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주니어’(Ace Junior)라는 의미의 AJ, ‘마스터피스’(Masterpiece)와 ‘칸타빌레’(Cantabile)가 합쳐져 붙여진 MAC.
‘아름다운 노래로 세상을 비추겠다’는 의미의 다비치(맨위부터). [스포츠동아DB]
AJ·MAC·다비치,이름속에특별한의미…브랜드유명세묻어가기아닌우연일치
AJ, MAC, 다비치. 요즘 활발히 가요계를 누비는 새로운 스타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을 보면 왠지 친숙하다. 유명 상표와 이름이 똑같기 때문이다. AJ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 진스(Armani Jeans)의 로고이고, MAC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된 미국 에스티 로더 계열의 화장품 브랜드, 다비치는 국내 안경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호적에 있는 이름은 아니지만, 예명도 엄연히 개인(혹은 그룹)을 특징하는 고유의 이름인데 왜 이미 존재하는 유명 상표를 굳이 썼을까. 같은 이름으로 인한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아니면 양측의 모종의 협력 관계가 있는 것일까.
○“기존 브랜의 유명세에 묻어가려고? 글쎄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브랜드가 가진 인지도의 덕을 보려는 의도. 또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기억 속에 있던 상표가 우연히 떠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러 따라 하는 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가수 AJ(본명 이기광)는 ‘에이스 주니어’(Ace Junior)의 약자로, JYP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 자체 월말 평가에서 A플러스를 받아 ‘연습생(주니어)들 사이에서 으뜸’이라는 의미로 AJ로 별칭을 지었다. 데뷔를 앞두고 예명을 고민했고, 결국 연습생 내내 불렸던 AJ로 결정했다.
MAC도 우연히 나온 이름이다. 데뷔일이 점점 다가오는데도 이름을 짓지 못하던 소속사는 ‘명작’이란 의미의 단어 ‘마스터피스’(Masterpiece)에 눈길이 갔다. 결국 ‘노래하듯이’란 뜻의 칸타빌레(Cantabile)와 합쳐 MAC라고 지었다.
여성듀오 다비치(이해리 강민경)도 마찬가지다. 데뷔 직전인 2007년 가을, 소속사 관계자들은 나름의 고민 끝에 ‘아름다운 노래로 세상을 비추겠다’는 의미로 다비치라는 이름을 생각했다. 다비치는 2003년 안경체인점으로 상표등록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가수 다비치 측은 안경 프랜차이즈란 사실을 몰랐으며, 한 지인이 “다비치 안경과 무슨 관련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공동마케팅?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그렇다면 해당 업체와 가수간의 공동 마케팅은 이뤄지지 않을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다. 가수나 업체나 서로 이름이 같다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각각 활동한다. 안경체인점 다비치의 경우 자사 행사에 가수 다비치를 초대한 후 ‘다비치 안경으로 3행시 풀고 다비치 공연 보러가자’라는 문구로 홍보에 활용하는 정도다.
다비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MAC 소속사 M.A 엔터테인먼트 측은 “애초 공동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 아니어서 공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데 대한 법적인 문제나 분쟁도 없다. MAC나 AJ 소속사 측은 특허청 등에 문의를 했고 “사람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아 예명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몇 가지 어려움도 있다. 우선 해당 이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수 없다. 업체에서 이미 도메인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수들의 머천다이징 상품이 나왔을 때도 기존 브랜드의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어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없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