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스타존조“한국인만의생존본능이나를키웠다”

입력 2009-05-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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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한국인으로 무언가를 스스로 발견한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계 배우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존 조가 영화 ‘스타트렉-더 비기닝’의 홍보를 위해 방한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타트렉-더비기닝’홍보차내한…할리우드,여전히아시아계장벽
“내가 지닌 가장 한국적인 면은 바로 생존 본능.”

‘같이 이민 간다’고 거짓말했던 31년 전 동네 친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서울 보광동에서 6살까지 보낸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자신을 배반(?)한 친구부터 떠올렸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스타 존 조(37). 보광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7일 개봉된 블록버스터 ‘스타트렉-더비기닝’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영화에서 맡은 역은 스타트렉 시리즈의 마니아를 일컫는 ‘트레키’에겐 매우 익숙한 캐릭터 ‘술루’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의 1등 항해사이자 유일한 동양인이다.

낯선 땅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한 소년 존 조의 눈에 술루는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술루는 날랜 발차기, 유난스런 발음, 그렇다고 괴이한 외모도 아니었던 ‘멀쩡한’ 아시아인이었기 때문.

배우로 성장한 지금 존 조는 당시 조지 다케이가 연기했던 술루를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내의)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을 바꾼 캐릭터”라며 “그런 이유로 그 역할을 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존 조는 97년 TV 드라마로 데뷔했고, 9년 후인 2005년 영화 ‘해롤드앤쿠마’에서 타이틀롤인 해롤드 역을 맡아 비로소 주목을 받았다. 속편까지 제작된 이 코미디 영화의 성공은 지난 해 ‘내가 숨쉬는 공기’(The air I Breathe), 그리고 최근작 ‘스타트렉-더비기닝’으로 이어져 ‘아메리칸 드림’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한국계 배우로 올라섰다.

그는 백인이 아닌 동양계로서 “역할의 한계 등 장벽은 여전히 존재함”을 조심스레 토로했다. 덧붙여 존 조는 “배우에 앞서 연출, 촬영, 심지어 영화사 직원까지 제작 분야에 보다 많은 아시아인들이 진출해야 한다”는 다소 독특한 지론을 펼쳤다. 도대체 왜?

“동양계 배우를 아름답고 멋지게 그려주는 것, 그건 제작하는 사람들의 몫이고 또한 그들의 파워이기 때문이죠.”

존 조는 인터뷰 말미에서 몇 주 전 돌잔치를 한 아들을 화제로 올렸다. 그리고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좀 크면 함께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뿌리’를 향한 열망을 그는 그렇게 표현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인으로서의 무언가를 스스로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생존 본능…어려운 도전일수록 즐기고 극복하고 싶은 욕망, 그것이 한국인이 지닌 특성이 아닐까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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