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音談패설]답답한마음을풀어줄마사지같은타악2제

입력 2009-05-31 17: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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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음악은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의 탈출구를 제공해 준다.
고된 노동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저녁,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 하나로 우리는 커다란 위안을 얻는다.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느슨해진 신경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고, ‘살아야겠다’는 의욕을 질러 넣어 준다.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한 시절이다. 뜨거운 뭔가가 췌장 언저리에서 묵직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몸에 기가 흐르고 혈관이 달리듯, 마음도 운행이 자유로워야 병이 생기지 않는다.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음악에 도움을 청해보자. 팔짱을 풀고 손을 음악에 내밀어보자.

서울시향이 마련한 두 음악회는 ‘따로 또 같이’다. 다른 날, 다른 시간, 다른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지만 그 밑바닥엔 원초적 두드림이 깔려있다.

태고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마음을 쥐흔들어 온 타악이다.

단단히 뭉쳐진 근육은 두드리고 주물러줘야 풀린다. 굳어진 마음은 음악으로 두드려줘야 한다.

꽉 막힌 마음의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줄 타악 연주회를 소개한다.
서울시향은 올해 몇 개의 시리즈를 기획했다. 우리 시대의 젊은 명인을 소개하는 ‘비르투오조 시리즈’와 하나금융그룹의 협찬을 얻어 진행하는 ‘실내악 시리즈’도 그 중의 일부다.

먼저 6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막을 여는 무대는 비르투오조 시리즈 제3탄. 서울시향과 함께 협연에 나설 연주자는 세계적인 ‘타악명장’ 콜린 커리다. 여성지휘자 성시연과 호흡을 맞춰 미국 작곡가 제니퍼 히그던이 2005년에 작곡한 ‘타악기 협주곡’을 연주한다.

타악기 연주는 귀에 앞서 눈이 먼저 호강하는 공연이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이올린 하나,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노 한 대가 등장하지만 타악기 협주곡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싶은 희한한 악기들이 즐비하게 무대에 펼쳐지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도 마림바를 중심으로 비브라폰, 크로탈, 봉고, 우드블록, 오페라 공, 브레이크 드럼 등의 악기들이 등장한다. 연주자는 마치 묘기를 부리듯 이들 악기 사이를 현란하게 누비며 관중들을 두드림의 세계로 이끈다.

6월 13일에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릴 실내악 시리즈 역시 타악이다. 현악4중주, 피아노3중주에 익숙한 이들에게 타악 실내악은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수석을 겸하고 있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직접 스카우트해 온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향의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과 타악기 수석 에드워드 최, 벨기에 국제마림바콩쿠르에서 우승한 김미연 등 서울시향의 ‘난타족’이 총출동해 두드림의 정수를 펼친다.

공연 프로그램에 에드가 바레즈, 나이젤 웨스틀레이크, 존 케이지 등 낯선 작곡가들이 즐비하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타악 연주자 김미연 씨는 “놀이터에 가는 기분으로 오시라”고 말한다. 난해하기는커녕 듣고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공연이다.

공연 내내 음악의 마사지를 받는 듯한 공연. 한바탕 신나게 즐기고, 근심을 털고, 열렬히 박수 한 번 치고 나면 한결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이번 공연은 그런 공연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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