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리마인드웨딩

입력 2009-06-02 16:04:4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얼마 전 막내딸이 전화를 했습니다.

돌아오는 제 생일날, 리마인드 웨딩사진을 찍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저는 나이 먹어 무슨 웨딩사진이냐고 그냥 두라고 했는데, “아빠, 요즘은 몇 주년 결혼기념일이라고 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많이들 찍으세요. 내가 오빠들한테 아빠 생신선물로 찍어드리자고 했더니 다 좋다던데? 엄마랑 상의해서 날 잡아 전화주세요. 미리 예약해 둬야하니까” 하며 전화를 끊더군요.

제 나이가 올해 쉰다섯입니다. 이 나이에 갑자기 멋 부리고 사진 찍으려니, 영~ 머쓱하더군요. 하지만 못 이기는 척 그냥 애들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사실은 재혼이거든요.

예전 아내하고 사이에서 아들 둘, 딸 하나를 얻었는데, 막내딸이 여섯 살 일 때 이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았더니, 아는 분이 지금의 아내를 소개시켜주더군요.

그렇게 같이 살기 시작한지 벌서 11년. 하지만, 사는 게 바빠서, 가진 게 없어서, 식도 못 올리고 웨딩사진 한 장 못 찍어보고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착한 제 아내는, 아이들한테 좋은 엄마 노릇을 했고, 재산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제게 시집와 고생 참 많이 하고 살았지요.

저희 아이들도 그게 고마웠나봅니다.

그리고 웨딩사진 하나 없는 저희 부부가 안쓰러웠던 모양이지요.

큰아들, 막내딸 모두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살면서 ‘우리 부모님도 웨딩사진 하나 찍어드려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들 덕분에 생전 처음 웨딩숍이라는 곳에 가봤는데, 남자도 화장을 해야 한다며 뽀얗게 화장도 시켜주고, 턱시도도 입혀주더군요. 제 아내도 하얀 웨딩드레스에 우아하게 머리를 틀어 올렸는데, 참 곱고 예뻤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참 설레더군요.

저는 사진기사가 주문하는 대로 요리조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찌나 즐겁고 재밌던지, ‘안 찍는다고 했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어떻게 사진이 나왔을까? 궁금하던 차에, 액자에 끼울 사진을 고르라며, 저희 부부가 찍은 사진을 바로 보여주더군요.

저와 아내는 쑥스러워 하면서도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액자가 왔는데 액자를 보는 순간 저희 부부는 너무나 감동했습니다.

물론 사진관에서 알아서 수정해주셨겠지만, 어쩜 그렇게 잘 나왔는지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제 아내가 40대 후반인데, 참 피부도 좋고 예쁘게 나왔습니다. 저도 남들이 보면 40대라고 믿을 만큼 참 젊게 나왔더군요. 그 액자를 현관문 옆, 벽에 걸어놓고 보는데, 보면 볼수록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어쩜 그리도 구도를 잘 맞춰서 찍었는지, 비록 아이들 덕분에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저희 아내 볼 면목도 비로소 생겼고요.

우리 아이들이 참 고맙더군요.

이 시간을 빌어 사랑하는 우리 두 아들과 막내딸, 그리고 며느리 사위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얘기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자고 해서, 얼마 전부터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우리 애들이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그리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저희가 열심히 노력하며 잘 모실게요” 그런 말을 하는데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앞으로 지금처럼만 열심히 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아내에게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자라준 우리 아이들, 고마운 제 아내, 우리 가족 모두, 제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인지 모릅니다.

경기도 안산시 이호근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