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싶은,그러나꼭봐야할‘진실’

입력 2009-09-2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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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영웅’소말리맘의스토리…다시찾은꽃목걸이
“이 책을 쓰면서부터 난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책을 쓰다보면 속이 메스꺼웠다. 어릴 때 느꼈던 모든 공포가 되살아나는 악몽을 꾸었다. 샤워를 하고 또 하고, 가능한 한 세게 몸을 밀고, 온 몸을 크림으로 떡칠을 하고, 향수에 몸을 담근다. 내가 더럽다고 느껴진다는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시간을 겪어 온 여자아이들뿐이다.”

내전이 한창인 1970년 무렵.

캄보디아의 깊은 숲 속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12세가 된 아이에게 어느 날 자신의 할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찾아온다. 아이는 그의 손에 이끌려 성 노예로 팔려가고, 결국 프놈펜의 사창가까지 다다르게 됐다.

그로부터 끔찍한 강간과 고문이 10년 동안 이어졌다. 훗날 성인이 된 그는 “처음 강간을 당하던 날 나는 이미 죽었다”라고 고백했다.

프랑스에서 온 구호 요원의 도움을 받아 1993년 그는 캄보디아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아들을 돕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시스템에 맞서기로 결심했고, 1996년 캄보디아 비정부기구인 아페십(APESIP)을 창설했다. 숱한 협박과 살해 위협(포주들은 그의 딸을 납치해 약물을 투입하고 강간까지 저질렀다)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생자들을 돕고 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이나 되는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라오스의 여자아이들을 구하고 쉼터를 제공하며 학교와 조직을 세웠다.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의 인물에 꼽혔으며,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아동권익 보호상, 미 국토안보부 표창을 받았다.

그의 이름은 소말리 맘이다. 그의 자서전 ‘다시 찾은 꽃목걸이(The Road of Lost Innocence)’가 출간됐다. 사슬로 묶고 전선으로 때리는 채찍질, 전기고문, 칼질, 뱀 체벌, 심지어 포주들은 여자아이의 두개골에 못을 박기까지 했다. 어린 여아를 숫처녀로 제공하고 캄보디아의 포주들은 1주일에 1000달러를 받았다. 1주일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들은 마취제도 없이 아이들의 음부를 꿰매고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저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덫이 있는 걸 아는데 혼자 도망칠 순 없어요.”

그의 담담한 어조가 오히려 더 아프게 만든다.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할 책이다. 보고 싶지 않은 곳에 진실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울컥’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희망이 있다.

소말리 맘 저|퍼플레인|1만2000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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