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등골오싹’추리&미스터리소설

입력 2009-07-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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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이야기(파트 라우어, 9800원, 보누스)

제목보다는 ‘추리 마니아를 위한 트릭과 반전의 관문 126’이라는 부제가 기어코 책장을 펼치게 만드는 이 책은 추리 소설 마니아들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126가지 문제로 이뤄져 있다.

동맥이 갈기갈기 찢긴 의문의 변사체, 상처 하나 없이 남편을 살해한 아내, 어둡고 격리된 공간에서 잠자듯 죽어있는 일곱 구의 시체 등 기이한 사건들의 중심에 독자들을 놓아둔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무심코 지나친 행간과 굳어진 상상력과 고정관념 사이에 결정적인 단서가 숨어있다. 절묘한 트릭을 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사건의 진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름밤의 더위는 저만치 물러서 있다.


○문은 아직 닫혀있는데(이시모치 아사미, 1만2000원, 살림)

이미 영화로도 흥행한 하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문학상 중 추리소설 부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서 마지막까지 ‘용의자 X의 헌신’과 1위를 다투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동창회를 가지고 고급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동창생들. 그 중 한 명이 후배를 죽이고 완벽한 밀실 살인을 재현해 놓는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미모의 여자 후배. 그들의 대화 속에 숨겨진 사건에 대한 단서와 복잡 미묘한 심리 묘사. 그들의 두뇌 싸움에 동참해 범행을 밝혀나가다 보면 추리소설이 주는 지적인 탐색, 다양한 추론, 사건해결의 통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4(이종호, 김종일 외, 1만1000원, 황금가지)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가 퍼뜨린 몰카 때문에 인격 살인을 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여성의 복수를 다룬 ‘도둑놈의 갈고리’, 모든 것을 전화로만 전달하고 명령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첫 출근’ 등 추리 소설의 요소들이 접목된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국내 유일의 공포 문학 작품집이다.

김종일의 ‘도둑놈의 갈고리’는 네이버에 공개돼 3일 동안 무려 15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각의 작품은 수십 편의 후보작들 중 엄선되었고, 1년여의 시간동안 퇴고를 거쳐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그저 색다른 재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현실의 부조리를 SF, 환타지, 추리 등의 장르를 활용해 비판한 수준 높은 작품집이다.


○칼타이스(안드레아 마리아 센켈, 1만1000원, 중앙북스)

2년 연속 독일 스릴러 문학상을 수상한 안드레아 마리아 센켈의 신작이다. 1930년대 뮌헨에서 발생했던 요한 아이히호른이라는 남자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토대로 쓰여 졌다. 90명의 여자를 성폭행하고, 5명을 살해했으며, 나중에는 씹어 먹기 위해 여성의 성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살인마의 이야기다. 기존 스릴러물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범인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사악함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찾아간다는데 있다.

도시에서의 멋진 삶을 꿈꾸며 대도시로 올라왔으나 결국 살인자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는 주인공 카티를 통해 펼쳐지는 이 소설은 살인마의 세세한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면서 희생자들의 공포와 저항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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