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 윤계상 “4일간 사형 집행신…교도관 아픔, 사무쳤다”

입력 2009-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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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소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윤계상은 힘에 부치지만 가능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god’ 벗으려 무거운 캐릭터 고집… ‘집행자’ PIFF 호응에 흥행 욕심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어요.”

그룹 god 멤버로 활동하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배우로 변신한 윤계상은 “창피하다”는 말을 꺼냈다. 대중이 아직도 자신을 연기자로 봐주지 않는다는 조급함을 그는 이렇게 돌아다봤다.

“처음엔 서운했다. 가수 이미지로부터 빨리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고 창피하다. 그저 내 생각대로 조용히 가면 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게 더 빨랐던 셈이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을 연기자로 보낸 윤계상은 4번째 영화 ‘집행자’(감독 최진호·제작 활동사진)로 관객을 다시 만난다. 영화는 사형 집행에 얽힌 교도관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인간적 고뇌를 그린 작품. 이제 막 교도관이 된 극중 윤계상은 거친 재소자들과 부대끼며 조금씩 변해간다. 그러는 동안 조재현, 박인환 등 선배 교도관들은 12년 만에 사형을 집행하게 되고 윤계상 역시 사형 집행장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거의 막바지에 집행 장면을 촬영했다. 마치 링 위에 선 복서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어쨌든 기분은 썩 좋지 않더라.”

4일 동안 이 장면을 촬영하며 그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교도관들의 아픔에 다가갔다. “나쁜 꿈을 꾼 듯 찝찝함”을 지워버리려 선배들과 술잔을 나눴다는 그는 “사형제도 대신 다른 대체 법안을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조심스레 드러냈다.


- ‘발레교습소’ 이후 ‘6년째 연애중’, ‘비스티 보이즈’를 거쳤다. 이번 영화 속에서도 그렇지만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가수 활동을 거치면서 내가 밝고 경쾌하며 어려움 없이 살아왔을 거라고 (대중이)생각을 하는 모양이더라. 영화를 통해 내 본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적이고 진지한 면모랄까. 사람들의 생각이 그러니 나도 모르게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 ‘집행자’를 선택한 것도 그 연장선인가.

“내용이 너무 좋았다. 사형제도와 교도관들의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섬세하게 표현돼 있었다.”


- 흥행 기대도 있겠다.

“촬영을 하면서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부터 공개되면서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기대감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다.”


- 흥행이 되서 보너스를 받는 상상도 해보라.

“보너스를 좀 받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주기는 주나?”(웃음)


- 이제 5년차 연기자다.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해 모두 8편, 매년 1∼2편씩 작품 활동을 해왔다.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더 많이 하고 싶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갖는다. 조금씩 발전되어가는 날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제야 날 배우로서 봐주시는 것 같다. 5년 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했다. 그룹 활동을 할 때 잘 알던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성대모사 준비해야지’ 등 예전 가수로서 내 모습을 기억했다. 난 좀 달라졌으면 하는데…. 무섭더라. 내가 감을 잃었나?!”(웃음)


- 팬들의 시선도 바뀌었을까.

“그건 확실하다. 예전보다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시는 것 같다. 예전엔 내가 ‘우상’ 같은 존재였다면 지금은 진심으로 믿어주는 느낌이랄까.”


- 그 진심을 나눌 이성이 있다면 좋겠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올텐데.

“예전엔 얼굴만 예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성격에 웬만한 티가 보이면 그게 그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다. 결혼? 아직 때가 아닐 뿐더러 내가 아빠가 되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하! 또 내 위치가 아직은 좀 불안하기도 하다. 그럴 때 결혼하면 고생시킬 게 뻔하다.”


- 살아가는 데 어떤 준거로 삼는 게 있나.

“내가 좋아한다면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는 거다. 연기가 딱 그런 것 같다. 사실, 처음엔 고민도 많았다. 내가 그룹 활동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것. 여유롭지는 않아도 이 길을 선택했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갈림길이 있지 않나. 신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길로 가게끔 만들어주는 것도 같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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