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 청춘스토리…어라 난데?

입력 2009-11-13 17: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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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신작
요노스케 이야기
설레는 캠퍼스 생활…만남과 이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청춘 회고록

故 이수현씨 사고 다룬 결말 부분

따뜻한 울림 희망의 메시지 던져줘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으며 내내 의문이 들었다.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지극히 평범한,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삶의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솟아오르며 독자의 눈길을 인도한다. 문장력은 당연히 흠 잡을 데가 없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는 2002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인 것이다.
‘요노스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의 전 생애를 펼쳐 보이는 것도 아니다. 딱 1년이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고,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고, 헤어지는 이야기이다. 중간 중간 중년이 되어 버린 주변인들의 회고가 삽입된다.

그나마 그들은 요노스케의 이름조차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다.
‘흥미롭지만 그냥 그렇고 그런 청춘소설의 하나’라는 도장을 한 손에 쥔 상태에서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그를 알았던 사람들은 어느 날 마흔 살 사진작가 한 명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한국인 청년 한 명과 함께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희미해져버린 기억들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요코미치 요노스케. 그의 이름은 그토록 소중했던,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 여겼던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모두가 달라졌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요노스케 이야기’의 마지막 몇 페이지가 보여준 압축된 힘은 대단했다. 과연 요시다 슈이치구나 싶다. 그는 2001년 겨울 도쿄 야마노테선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 씨와 일본인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 씨의 사고에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파랗게 칠한 유리창 너머로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한 작품. 소설 중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 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요노스케가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 과연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요노스케와 만났을까. 아니면 만나게 될까.

<요노스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저·이영미 옮김|은행나무|1만3000원

● 신간소개



○비상-태양을 향한 꿈과 열정의 도전
국가대표 스키점프팀 저·박수경 정리|시공사|1만2000원

800만 관객을 감동시킨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이야기.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영화 같은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할 수 없었던, 영화와는 다른 진솔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4명의 선수와 한 명의 코치. 세상의 무관심과 설움을 딛고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들의 당당한 청춘 스토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읽힌다.



○때로는 나에게 쉼표
정영 저|달|1만3000원

시인 정영의 여행산문집 ‘때로는 나에게 쉼표’는 마치 지구라는 별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화로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한숨이 나온다. 도쿄, 멕시코, 가평 유명산, 인제 감자밭, 중국 루구호 마을, 베트남 북부 소수민족마을, 태국 매홍쏜, 나이쏘이, 쿠바, 독일, 미국.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토록 많은 곳을 다녔을까. 일관성도 없고, 계획도 보이지 않는 이런 ‘무작정 여행’을 그는 왜 떠났을까. 그리고 왜 책으로 썼을까.
여행을 흔히 ‘삶의 쉼표’라고 말한다. 정영은 우리에게 ‘이제 그만 쉼표를 찍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고단한 삶 자체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떠날 뿐이다.
그의 15년 여행 공력이 담긴 책이다. 읽다 보면 모르는 새, 마음에 쉼표 하나가 새겨진다.


○설득의 비밀
EBS제작팀·김종명 저|쿠폰북|1만4800원

EBS 다큐프라임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한 시추에이션 다큐멘터리 ‘16인의 성공 도전, 설득의 비밀’을 책으로 엮었다.

총 5부로 나누어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설득’이었다.

‘설득의 비밀’에는 다큐멘터리에 미처 담지 못한 전문가들의 깊이있고 폭 넓은 견해와 설명이 더해져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협상 전문가들의 설득 노하우가 읽을 만하다. 이 책은 말한다.

“설득은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잘 듣는 데에 있다.”

“누구나 설득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한국인에게만 통하는 한국형 설득이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설득은 상대방을 ‘꺾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이기는 기술’이라고.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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