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연작앨범 발표한 신승훈 “창작을 위해 외로움을 가둔다”

입력 2009-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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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창작, 그것은 나를 혹사 시키는 작업트렌드 맞춰 쏟아내는 음악은 감동도 짧아앨범엔 기승전결… MP3에선 불가능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를 혹사하며 사는 것이다. 멜로디가 아름다운 만큼 창작자는 외롭다.

가수 신승훈은 ‘싱어송라이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묻자 빙긋 웃으며, 사랑의 외로움을 노래한 이문재 시인의 ‘농담’의 한 구절을 들려줬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종은 더 아파야 한다.’ 그는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나를 혹사시킨다”고 말했다.

1990년 자작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신승훈은 19년간 꾸준히 자신이 만든 노래로 음반을 채워 발표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최근 음악적 실험을 위한 연작앨범 ‘스리 웨이브스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의 두 번째 시리즈 ‘러브 어클록’을 발표한 신승훈은 27일 스포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외로움’을 토로했다.

“싱어송라이터가 우대받는 풍토가 돼야 음악의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내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고, 또 누군가는 나의 영향을 받고,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음악이 발전하는 것이죠.”

현재 한국 가요계는 이른바 ‘휘발성 강한 노래’들의 차지다. 흔히 ‘히트곡 제조기’라고 불리는 인기 작곡가들이 지금 한창 뜨거운 ‘트렌드’에 맞춰 쏟아내는 음악은, 가슴에 남기보다 귀와 몸으로 즐기다 다시 새로운 노래가 나오면 금세 잊혀진다. 그만큼 음악의 수명도, 감동의 유통기한도 짧다.

“요즘 음악은 BGM(배경음악)일 뿐이죠. 영화는 감독의 철학이 담긴다는데, 음악은 그런 게 없어요. 앨범에서는 노래를 통해 기승전결을 살릴 수 있지만, MP3로 듣는 풍토에서는 불가능하죠. 기획사가 책임의식을 갖고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 싱어송라이터를 키워야 해요. 작곡가도 철학을 갖고 써야 좋은 음악이 나오죠.”

‘아이돌 잔치마당’이 돼버린 현 음악시장에 대해서는 “실력 있는 아이돌이 많이 나와서 좋다”면서도 “다만 방송이나 언론에서 자꾸 한 쪽만 부각돼 다양성이 저해 된다” 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싱어송라이터가 없는 게 아니에요. 안보이는 것이죠. 온라인 시장에서 좋은 (싱어송라이터) 후배들은 모두 300위 쯤에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300위까지 찾으려고 마우스를 클릭하진 않죠. 언론이 진흙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진주를 꺼내줘야 해요.”

싱어송라이터도 종종 ‘변화가 없는 자기복제다’ ‘노래가 모두 비슷비슷하다’ 등의 이야기도 듣는다. 신승훈 역시 가끔 그런 말을 듣곤 한다.

“데뷔 20주년을 앞둔 이제야 (내 음악인생의)한 주기가 지난 것 같아요. 사람들은 내게 3,4년 안에 변화를 원하죠. 그동안 한번 들어도 ‘이건 신승훈 음악’이란 말을 듣도록 ‘신승훈스러운’ 음악을 해왔어요. 이제 새로운 한 주기를 시작할 때입니다. 이번 미니앨범 시리즈가 전환점이죠.”

연작앨범 ‘스리 웨이브스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는 음악적 실험을 위해 정규앨범과 별도로 기획한 특별한 앨범이다. 2008년 발표한 ‘라디오 웨이브’에서는 모던록을 시도했고, 이번 ‘러브 어클록’에서는 R&B 사운드 위에 발라드 멜로디를 얹어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새로운 음악, 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는 크로스오버가 필요하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전 국민가수가 아닙니다. 국민가수는 7살이나, 20살, 40살, 70살 모두가 아는 가수여야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과거의 영광을 끌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진행형 가수’이고 싶어요. 가요계에서 제 위치는 허리에서 이제 가슴쯤 됐나 봅니다. 심장이 있는 가슴…. 감성과 이성을 모두 갖춘 심장이 있는 가슴….”

데뷔 2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기념앨범을 발표하고, 한일 양국을 오가며 투어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12월18일부터 사흘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러브 어클록’ 공연을 갖는다.

마흔 하나의 나이. 그는 아직 미혼이다. ‘농담’의 시 구절처럼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아직 없을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데 과연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혼자 24년을 살았는데, 그 공간에 누가 들어오면 설렘과 동반되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은 멋모를 때 해야 되는데, 많이 알아버렸어요. ‘사랑과 전쟁’을 너무 많이 봤나 봐요.”(웃음)

그는 고통스런 창작을 위해 스스로를 그렇게 외로움에 가둬 놓는지도 모른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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