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강유정]영화 ‘뉴 문’

입력 2009-12-13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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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 에드워드는 21세기 '로미오'

초능력을 가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분)는 인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가 자신 때문에 위험해지자 냉정하게 그녀를 떠난다.

초능력을 가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분)는 인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가 자신 때문에 위험해지자 냉정하게 그녀를 떠난다.



멜로 영화는 시대의 지표가 된다. 가령 1960년대의 '미워도 다시한번'은 당시 어떤 사랑이 금지된 사랑이었는지, 나아가 금지로 인해 얼마나 슬플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영자의 전성시대', '너는 내 운명',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영화 속에서 장애물은 매춘부,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등으로 변천해왔다. 1970년대 관객들은 동성애자들의 금지된 사랑에 눈물이나 공감을 표하지 않았지만 2000년대의 관객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뉴 문'은 2000년대 소녀들을 위한 잘 만든 기획 멜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뉴 문'은 2008년도에 처음 선을 보인 영화 '트와일라잇'의 두 번 째 속편이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소설이기도 한 '트와일라잇'은 이미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트와일라잇'의 이야기는 사실 별로 새로운 바가 없다. 멜로 드라마의 스토리가 1960년대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 없듯이 말이다.

혼전 섹스가 만연하는 시대를 꾸짖기라도 하듯 에드워드는 벨라와 최소한의 신체접촉만 하며 절제한다.

 혼전 섹스가 만연하는 시대를 꾸짖기라도 하듯 에드워드는 벨라와 최소한의 신체접촉만 하며 절제한다.



전작 '트와일라잇'은 흡혈귀가 나오는 '하이틴 로맨스'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인간 벨라의 러브 스토리를 주축으로 진행된다. 얼핏 보기에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 영화의 역사나 계보를 따라가는 듯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영화는 흡혈귀가 등장하는 괴수 영화가 아니라 불가능한 사랑을 주제로 한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두 십대 남녀의 '힘든 사랑'의 구체적 장애물로 흡혈귀가 선택된 것이다.

2008년도 '트와일라잇'은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꽃미남과 평범한 여학생의 사랑으로 시작되었다. 눈치 빠른 관객들은 짐작하고 있겠지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시작은 한국의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의 작품 '늑대의 유혹'이나 '그놈은 멋있었다'의 설정과 거의 다를 바 없다. 학교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하고 잘생긴 남학생이 너무도 평범해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여학생을 좋아한다는 설정 말이다.

이러한 설정은 이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층인 평범한 여성들의 강렬한 감정 이입을 가능하게 한다. 100명 중 한 명꼴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자가 아니라 평범한 소녀가 절대적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사랑은 더욱 매혹적인 것이 된다.

예지능력이 있는 에드워드의 동생 앨리스가 본 벨라와 에드워드의 미래.

 예지능력이 있는 에드워드의 동생 앨리스가 본 벨라와 에드워드의 미래.



'뉴문'은 흡혈귀와 인간의 '금지된 사랑' 그려

1편이 하이스쿨 드라마로서, 완벽한 꽃미남과 사랑에 빠지는 여학생들을 충족시켜주었다면 2편은 운명적 사랑의 절대성에 대한 환상을 자극한다. "너를 너무나 갈구하게 될까봐 너를 멀리한다"며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벨라를 절제한다. 에드워드는 위험한 남자이면서 나쁜 남자이기도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서 훨씬 더 강렬한 매력을 지닌 남자로 묘사된다.

벨라의 피 한 방울이 불러 올 수 있을 위협 때문에 에드워드는 사랑의 감정을 억제하고 그녀를 멀리한다. 여학생의 순결을 쟁취하고 연애의 끝에 최종적으로 섹스를 구하는 '평범한' 남자들과 달리 에드워드는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외면한다. 이 멋진 남성 캐릭터는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멀리 보내야만 한다는 역설적 멜로의 상황을 연출해낸다. 그리고 벨라는 이 운명적 금지 앞에서 힘들어하고 좌절한다.

에드워드가 떠난 후 벨라를 지키는 것은 오랜 친구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분) 하지만 제이콥은 뱀파이어와 적을 이루는 늑대인간 족의 일원으로 벨라와 에드워드를 떼어놓고자 한다.

 에드워드가 떠난 후 벨라를 지키는 것은 오랜 친구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분) 하지만 제이콥은 뱀파이어와 적을 이루는 늑대인간 족의 일원으로 벨라와 에드워드를 떼어놓고자 한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관계는 캐플릿이라는 성 때문에 서로를 허락할 수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젊은 열정을 따라간다. 벨라는 "당신을 사랑하고 부를 수 없다면, 차라리 죽겠다"고 선언한다. 줄리엣의 깊은 잠을 죽음으로 오해한 로미오처럼 에드워드는 벨라의 죽음을 잘못된 소식을 통해 접하고 자신마저 영생, 불사의 존재를 포기하려고 한다. 금지와 오해, 죽음과 시간차라는 절묘한 멜로, 로맨스의 법칙이 '뉴 문'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두 사람과 그들 주변에서 남모르게 사랑을 키워나가는 제 3자, 마침내 그들의 질투와 사랑이 불러일으킨 비극은 절대적 사랑에 빠진 두 남녀를 더욱 운명적으로 결합시킨다. 금지가 강할수록, 질투의 농도가 짙을수록, 방해와 음모가 깊어질수록 에드워드의 벨라의 사랑도 공고해진다.

사실 그 어떤 장벽도 넘어서는 사랑이란 사랑을 절대적 낭만성으로 믿고 싶어하는 10대 및 20대 여성들에게는 너무도 매혹적인 환상이다. 그녀들은 이 강렬한 절대성과 죽음을 불사하는 순도 높은 열정을 통해 사랑의 환상과 접촉하고 정서적 오르가슴을 체험한다. 그들의 사랑이 더 많은 장애물에 부닥칠수록, 더욱 고통스러울수록 사랑에 대한 기대감과 쾌감은 증폭된다. 바야흐로 흡혈귀 에드워드는 21세기의 '로미오'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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