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찾아온 내 몸의 불청객 ‘암’
내가 죽든지 암이 죽든지 싸워 보자
심신이 이끈 자연스런 일상과 치유
“혹시 사고가 나서 산소 호흡기를 대야 할 일이 있거든 하지 마라”, “혹시 치매에 걸리거든 굶게 놔두어 그냥 가게 해라”, “장례식은 치르지 말고, 갔다고 절대 울지 마라”, “남기는 유산이 없으니 상속싸움 없어서 다행이다”내가 죽든지 암이 죽든지 싸워 보자
심신이 이끈 자연스런 일상과 치유
저자는 자신의 책 말미에 이렇게 유서를 실어 놓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시한부 인생.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개인사업을 하던 저자 이선우(65)씨는 세계적으로 완치 사례가 없는 간내 담도암 말기환자이다.
이 책 ‘암과의 동행’은 올 2월 희귀병인 간내 담도암 진단을 받은 이후 그의 생존전략과 좌충우돌 투병기를 담고 있다. 죽음을 대면하고 써 내려간 진솔하면서도 삶에 대한 통찰이 가득하다.
짧으면 2∼3개월.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저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어떤 결정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얼마 안 남은 삶일지언정 스스로의 의지대로 주체적 삶을 살다 갈 것인가.
뻔한 선택, 뻔한 결론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 이면에는 현대 의학 시스템의 문제와 개인의 무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감히 후자의 삶을 선택한 저자는 이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저자의 치유방식은 세 가지. 첫째 급박한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안으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다. 둘째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몸 전체의 면역력을 활성화시키고 기운을 회복하는 약을 복용한다. 셋째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일상과 치유에 임한다.
저자에게 암은 남은 삶의 동반자이다. 이 책은 암세포와 동행을 시작한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한 인간의 투병기를 통해 독자들은 삶을 반추하고 통찰하는 고마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