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퀸’이 된 ‘킴’…내 얘길줄이야

입력 2010-07-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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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헤로인 김보경은 “무대에 서기 위해 공연이 없는 날에는 억지로 쉰다”며 열정을 드러낸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헤로인 김보경은 “무대에 서기 위해 공연이 없는 날에는 억지로 쉰다”며 열정을 드러낸다.

■ ‘미스 사이공’ 여주인공 ‘킴’ 김보경

조연도 아닌 앙상블만 하던 나
‘킴’을 만나며 여우주연상까지
무대서면 아직도 소름 돋아요

뮤지컬 배우 김보경(28)에게 2010년은 최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김보경은 6월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 역으로 최고의 영예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김보경은 하염없이 울었다.

‘미스 사이공’ 공연에 앞서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의 텅 빈 객석에서 만난 김보경에게 뒤늦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름이 불렸을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냥 울음만 나왔어요.”

‘킴’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레아 살롱가이다. 필리핀의 17세 소녀 레아 살롱가는 1989년 ‘미스 사이공’의 ‘킴’에 발탁돼 일약 세계 뮤지컬 무대의 ‘퀸’으로 급부상했다. 그녀가 ‘킴’에 발탁됐던 과정은 오늘날 폴 포츠, 수잔 보일의 데뷔보다 더욱 극적이었다.

김보경 역시 레아 살롱가 못지않은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다. 2006년 ‘미스 사이공’의 ‘킴’에 발탁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주연은 고사하고 조연도 아닌 앙상블의 일원이었다.

뮤지컬 ‘아이다’의 앙상블이던 그녀에게 작은 역할 하나와 함께 노래 한 소절이 맡겨졌다. 그녀가 무대에 오른 날. 객석에는 ‘미스 사이공’의 캐스팅을 위해 내한한 외국 스태프들이 앉아 있었다.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그 사람들이 한국 제작사 측에게 ‘저 여자 누구냐’고 물었대요. 며칠 뒤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봤죠.”

2006년 초연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킴’으로 돌아온 김보경. 그녀에게 ‘미스 사이공’은 어떤 의미일까. “배우로서나 인생으로나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 준 작품이죠. 할수록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미스 사이공’이 괜히 세계 4대 뮤지컬에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공연을 하면서도 ‘이 좋은 노래를 내가 부르고 있구나’ 싶어 소름이 돋곤 해요.”

인터뷰장으로 향하기 전 기자의 트위터에 “김보경 배우와 인터뷰를 한다”고 알렸다. 많은 팬들이 김보경에 대한 격려의 말과 궁금한 점을 보내왔다.

팬 중 한 명이 “꼭 물어봐 달라”고 했던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킴’은 자신의 아이를 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킴’은 ‘언젠가 아빠에게 보내주마’라고 아이와 약속을 하죠. ‘킴’은 바에서 일하다가 결국 창녀촌까지 흘러들어갑니다. 아이를 기를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결국 아이를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미국의 아버지에게 보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거예요. 오직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C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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