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꾼 ‘아나운서’ 때문에 '낚시' 기자된 사연

입력 2011-06-01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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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1위 때는 아주 큰 감동을 준 무대였지만, 옥주현 1위 때는 특별한 감동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이유원씨의 블로그에 지난 31일 1시경, '우리들의일밤-나는가수다' 29일 방영분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임재범 1위와 옥주현 1위의 차이점'이라는 글이다.

이 글은 다음 블로그 추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며 '현직 아나운서의 나가수평-임재범과 옥주현의 비교'라는 제목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나갔다. 제목 그대로 임재범과 옥주현 출연시의 '나는 가수다' 방송을 비교하는 글이다.


▶기사 제목만 수정해주세요

이유원씨와 기자의 전화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해당 기사가 나간지 1시간 40여분 뒤인 31일 저녁 8시 10분 경이다.

당시 이유원씨는 "갑자기 포털 검색어에 이름이 올라 당황했다"라며 "그 글은 본인이 쓴 글이 아니고, 그 블로그는 팀블로그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블로그 어디에도 ‘팀블로그’라는 표시는 없었다. 블로그 이름은 '라디오스타 이유원 아나운서의 블로그'로 되어있었다.

게다가 '라디오 선곡표'라는 이름으로 본인이 임시로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 같은 기자의 지적에 이유원 씨도 동의했다.

기자는 이유원 씨에게 "기사 수정을 원하나? 필요하면 수정해주겠다"고 말했다. 데스크 역시 이 씨에게 "기사가 잘못됐으면 삭제할 의향도 있다. 지금 말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유원 씨는 "상관없으나, 혹시 회사와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기사 제목만 수정해주시면 될 것 같다. 제목에서 방송사 이름은 빼달라"라고 요구했다.

기자는 데스크와 논의 끝에 이유원 씨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이 씨도 추가 요구를 하지 않았다. 기자와 이 씨는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해한 분위기로 통화를 마쳤다.


▶블로그 제목 바꾸고 태도 급변, 그리고 변명

그러나 이 전화통화 이후 이유원 씨의 태도는 급변했다.

그는 자신이 OK 내린 내용임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기자가 오해해서 쓴 기사입니다~!"라고 변명을 거듭했다.

그런가 하면 "한 사람 인생 아작 날 수도 있는 것들을 기자(?)라는 사람들이 사실 확인도 안하고…"라는 트윗(발언)을 리트윗(다른 사람의 발언을 자신의 팔로워 전체에 다시 알리는 것)하기도 했다. 이유원씨는 2만여명에 달하는 팔로워(트위터 수신자)를 가진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

밤사이 자신의 블로그 제목을 '이유원 아나운서와 팬여러분(필진)이 함께 만드는 팀블로그'라고 바꾸고, 문제의 글 상단에도 '아래 글은 팀블로그의 필진 까리스마의 글'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급기야 오늘 아침 8시 34분. 이 씨는 '잘못된 기사로 독설 아나운서로 오해받아 검색어 상위에 오른 사연'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 이유원씨는 故 송지선 아나운서를 언급하는가 하면 "사실 확인도 안하고 트위터와 인터넷상에 떠도는 오해의 글들을 소재로 기사화', '낚시 기사를 썼다' 라며 기자를 비난했다. 이 글의 검색용 태그에는 기자의 이름과 소속, 故 송지선, 마녀사냥 등이 붙어있었으며,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아나운서가 아니라 임시 DJ일 뿐

이 씨에 대해 해당 방송사 측은 “원래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사람도 아니고,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닌 만큼 아나운서도 아니다. 담당자의 출산 후 휴가기간 동안 잠시 맡은 임시 DJ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사와 관계없는 진행자 개인의 일인 만큼 방송사가 개입 혹은 언급되어야할 이유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시 기자와 통화한 이유원 씨는 "오전에 올린 블로그 글은 기자를 향한 게 아니라, 무분별하게 욕하는 네티즌들을 향해 한 말이며, 故 송지선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자신이 쓴 내용을 부정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검색용 태그도 삭제했다.

해당 방송사는 이날 오후 1시, 이 씨의 하차를 논의했지만, 예정대로 기존 진행자의 출산휴가 기간 동안 DJ직을 유지시키는 쪽으로 돌아선 상태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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