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신영일 노홍철 “우리 과연 방송에 나올까요”

입력 2011-06-03 10: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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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과 온탕, 이성과 감성, 비관과 긍정. 모든 것이 반대다. 자석의 N극과 S극 같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MC를 보면 어떨까.

tvN '코리아 갓 탤런트' 공동 MC를 맡은 신영일 아나운서와 노홍철은 "오히려 정말 다르다보니 딱 중간점에서 만나게 된다"며 찰떡호흡을 장담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말"란다. "'코리아 갓…'의 주인공은 도전자이고, 심사위원들이 1인자. 굳이 따진다면 MC는 2인자"이기 때문이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MC들이 무대 위에서 도전자들을 맞았다면 이들은 무대 뒤에서 도전자들과 같이 긴장하고 그들의 편이 되어준다. 그러다보니 "방송에서 MC 역할은 아주 미비"(노홍철)하고 "우리 모습을 보고 싶으면 제작진에게 요청해서 원본을 봐야 할 것"(신영일)이라는 너스레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진행을 맡은 신영일(왼쪽)과 노홍철. CJ E&M 제공



▶"탈락자에겐 말보다 포옹으로 마음 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남자 더블 MC는 생소합니다.

"저는 진행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에요. 그냥 구경한다는 마음이죠. 형(신영일)이 다 하시고 저는 본능적으로 리액션을 하는 것 뿐이예요."(노홍철)

"노홍철과 같이 진행한다고해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사실 홍철 씨는 같이 진행했던 사람 중 가장 파격적인 사람이에요. 하하. '코리아 갓…' MC는 도전자들 편 들어주고 친구가 되어 주는 건데 홍철 씬 지치지 않아요. 또래가 나오면 친구, 동생들이 나오면 형 오빠, 연장자가 나오면 동생이 되어줘요. 다가가는 측면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서 노홍철 따라갈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 손잡고 그러는 걸 정말 좋아해요. 나중에 정치로 보내야겠어요."(신영일)

-도전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위치인데, 떨어진 도전자들 보면 어떤가요.

"제가 '길바닥 출신'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도전자들 보면 동질감이 느껴지죠. 떨어지고 나오는 것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이 큰데, 지역 전체를 돌다 보면 충분히 붙고도 남을 재능인데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재능을 보고 왔다보니 어쩔 수 없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정말 월등하고 잘 하는데 방송상의 흐름 같은 것을 고려해서 떨어지는 것을 보다보면 (이를 악 물고) 막…. 부모 형제 친구들도 응원왔는데…. 이입이 되다보면 안타까움이 더 크죠. 게다가 사연 있는 분들이 많은데 사연을 알고 난 뒤에 보면 재능의 크기를 떠나 무조건 붙었으면 하게 되요. 옆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고 그냥 미쳐요."(노홍철)

"탈락자들 보면 말이 필요 없어요. 위로해 드려야 하는데 MC이다보니 뭐라도 말을 시켜야해요. 눈물 흘릴 때는 질문하면 안 되는데 그 순간에 카메라 줌인이 들어가니 뭐라도 물어봐야하죠. 오죽 말할꺼리가 없으면 미혼 출연자에게 노홍철 씨 어떠냐고 물어봐요. 홍철 씨도 이제 상처 극복해야하니까요."(신영일)

"다 좋은데 흐름을 타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흐름과 전혀 관계없이 눈물 흘리고 있는 여자 분에게 노홍철 씨 어때요 물어보시면…."(노홍철)

"작은 위안이라도 되라고요. 그런데 됐다고들 하세요. 그러면 홍철 씨한테도 미안하고 그 분한테도 미안하고 나 자신한테도 미안하고, 정말 미안해요."(신영일)

만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노홍철의 시선은 간식으로 준비된 초콜릿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콜릿을 들어 냄새를 맡고 내려놓기를 반복. 먹으라고 권유했지만 "이미 케이크를 많이 먹고 와서 안된다"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홍철 씨랑 같이 방송하면서 단 것에 대한 집착이 생겨요. 홍철 씨는 녹화 중에 혈당이 떨어지면 제작진이 감춰둔 간식이라도 찾아서 먹거든요. 그런거 보면서 아, 나도 단 걸 먹어야 힘이 나는구나 싶고,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어요."(신영일)

-도전자들이 무대에 오르기 직전, 내려오자마자 무슨 말을 해주나요?

"턱 조심하라고요. 올라가다 넘어지면 잘 못하거든요. 그 얘기가 가장 중요해요."(신영일)
"처음에는 말 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상황과 그 분이 느끼는 상황이 충돌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무조건 어깨 토닥토닥하거나 하이파이브하거나 웃어 드리죠. 들어올 때도 하이파이브나 안아드리면 가장 좋아하세요."(노홍철)

"무대에서 내려오는 분들께는 사실 특별히 할 말이 없어요. 하이파이브나 안아드리는 게 가장 좋아요.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워요. 시즌2하면 정말 잘 할 것 같아요. 하하"(신영일)

-'코리아 갓…'은 일종의 장기자랑이라는 점에서 SBS '스타킹'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쳇바퀴를 정말 잘 굴리는 고슴도치가 나온 적이 있어요. 나왔다가 한 바퀴도 못 굴리도 돌아갔어요. 배변을 정말 잘 가리는 견공이 나왔다가 못 가리고 들어간 적도 있고요. 야유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데 MC나 심사위원 관객도 모두 이해해요. '코리아 갓…'은 '최소한의 방송 분량을 채워야한다' 그런 것이 없어요. 누구나 부담없이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길거리 출신'인 저도 보기 편하고 진행하기도 편하고요."(노홍철)

"'코리아 갓…'은 '스타킹'보다 날 것에 가깝죠. '자 한 번 보십시오. 감동 받으셔도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한 번 웃어 넘기셔도 좋고요' 그런 느낌이에요. 굳이 따지자면 '전국노래자랑'이 더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송해 선생님을 보며 많이 배웠고요."(신영일)

"형이 지원자들이 주는 음식 참 맛있게 잘 드시더라고요."(노홍철)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진행을 맡은 신영일(왼쪽)과 노홍철. CJ E&M 제공



▶ "유행어? 씨를 뿌릴 토양이 있어야지…"

-'코리아 갓…'에 지원한다면 어떤 끼를 보여줄 건가요?

"어떤 지적에도 만 개 이상의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이 '너 왜 그런 재능을 가지고 왔니' 물으면 굉장히 유연하게 대답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어요. 변명 핑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떤 질문에도 합리화시킬 수 있어요."(노홍철)

-결승까지 올라갈 자신있나요?

"심사위원들이 재능은 뛰어나지만 우리가 찾는 재능은 아니라고 하실 거예요. 과연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데 저도 그 말 듣고 떨어지겠죠."(노홍철)

"저는 재주가 없어요. 내가 방송을 어떻게 하고 있나 싶을 정도인걸요."(신영일)

"이런 비관적인 걸로 1등 할 수 있을 거예요."(노홍철)

"지금도 그런 생각해요. 우리가 방송에 얼마나 나올까. 시즌2는 제작될 수 있나…."(신영일)

-유행어 생각해 둔 것 있다면?

"유행어라는 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심을 받을 때, 사람들이 귀 기울일 때 나오는 건데 우린 자리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이에요. 머리카락이라도 보일라치면 숨으라고 하시고 목소리 크다고 지적받는걸요. 유행어는 씨를 뿌릴 토양이 있어야 하는데 토양이 없어요. 어깨를 토닥토닥하는 장면이나 우리 뒷통수, 팔은 자주 나올 것 같으니 '유행액션' '유행부위'는 생기지 않을까요."(노홍철)

-노홍철 씨는 지난해 말 '나에게 주는 선물, 방송 2개 그만두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도 '코리아 갓…' 진행을 맡은 이유가 있다면요?

"방송을 싹 줄였었어요. 그런데 몇 가지 프로그램들이 들어왔고요. 그 중에 아주 고개를 끄덕이고 미치게 재미를 느낀 게 '코리아 갓…' 였어요. 주위를 보면 처음 시작했거나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장르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저는 일반인들하고 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평소 오디션 프로그램에 궁금증도 있었고요. 게다가 전 프로그램에서 가장 노출되지 않는 위치를 좋아해요. '코리아 갓…'는 그런 점들이 다 맞아 떨어졌어요. 그래서 시작해도 만족도가 정말 커요."(노홍철)

-'재미없으면 왜 해'가 신조인 걸로 유명한데, 재미에도 기복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선택할 때가 정~말 중요해요. 재미없을 것 같으면 하지 않아야 해요. 간혹 속는 경우도 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없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전 기본적으로 회당 계약을 하지 6개월, 1년 단위 계약은 하지 않아요. 하하"(노홍철)

-흥미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건가요?

"전 잘하진 못해도 무조건 열심히는 해요. 단 재미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걸 놓치면 큰일난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아요. 시청률이나 시청자 반응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아요. 그렇게 하다보면 굉장히 초연해지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에 기복이 생기지 않아요."

노홍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재미를 찾는다"며 거듭 강조했다.


▶"틈만나면 DMB보는 신영일 대단" vs "사실 홍철이와 어색해서…"

-홍철 씨는 '폭로대왕'으로 유명합니다.

"폭로라고들 하시지만 저는 굉장히 인간적인 걸 좋아해요. 이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피해는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순간적으로 어, 이게 뭐야 할 수도 있지만 길~~게 내다봤을 때 결론적으로 좋아하겠구나 싶을 때 이야기하는 것이죠. 폭로가 아니라 배려에요."(노홍철)

-그렇다면 신영일 씨에 대해 폭로한다면?

"'코리아 갓…' 촬영이 대부분 토요일인데 굉장히 희생한다고 생각해요. 돌잔치 기업행사 다 포기하고 이 프로그램 한다는 걸 굉장히 희생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영일이 형은 모르는 게 없어요. 같이 있을 때도 틈틈이 DMB를 봐요. 앞으로 진출해야하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능인들의 스타일 등을 다 연구하는 거예요.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휴대전화 충전을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갈고 닦아야 해요.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에요."(노홍철)

신영일은 "홍철 씨와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을 정로로 친해지지 못해서 DMB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니까"라고 받아 쳤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진행을 맡은 신영일(오른쪽)과 노홍철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닮아간다"며 웃었다. CJ E&M 제공


-김성주 박혜진 손범수 등 아나운서들이 오디션 프로그램 MC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죠.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도 좋은 기회같아요. 이런 추세가 오래 지속되면 좋겠고요. 하하.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을 잘해서 한 단계 일어서야지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아요. 퀴즈 프로그램을 10년 진행하며 실력은 검증된걸요. 그보단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는데 어떻게 일조하느냐를 생각해요. 만약 홍철 씨와 동반 CF 제의가 들어온다면 정말 성공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은 막연히 해요."(신영일)

-노홍철 씨는 '길거리 출신'으로 방송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MC가 아니라 심사위원석이 더 잘 어울리는 것 아닌가요?

"제가 심사할 수 있는 위치는 안 되죠. 다만, 제가 '길거리 출신'이라 도전자들이 나왔을 때 그들의 의욕, 뭘 보여주고 싶은지, 그런데 뜻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알아요."

노홍철은 "사실 2004년 KBS 'MC 선발대회'에 지원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워낙 튀니까 주변에서 한 번 지원해 보라며 원서까지 대신 내줬어요. 준비하는 성격도 아니니 그냥 나가서 편하게 이야기하다 왔어요. 질문에 유연하게 답만 했는데, 떨지 않으면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좋게 봐주셔서 붙었어요. 2차도 마찬가지로 해서 붙고 3차에서 떨어졌어요. 그 때 지금은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유민상하고 곽현화도 지원했었어요. 결국 떨어졌지만 지금은 이렇게 방송활동 하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지방예선부터 모든 도전자들을 지켜본 두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찍어둔 우승자가 있냐고 물었다.

"팝핀 기막히게 하는 친구 있습니다."(신영일)

"노래하는 친구인데, 사연이…. 이 사연이 과연 방송될 수 있을까 의심될 만큼 기막힌 사연을 가졌어요. 사실 도전자들 보면 눈물날 때가 많은데 꾹 참고 웃는 척 '사기'칠 때가 많아요. 그러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노홍철)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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