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넉달간 3번의 오디션 고지쟁탈 전쟁이었죠”

입력 2011-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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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제훈이 ‘고지전’으로 전쟁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 대학 공부를 포기하고 연극 무대를 찾아 험난한 길을 걸었듯 이제훈은 짧은 영화 경력을 새롭게 쌓아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 영화 ‘고지전’ 이제훈 꿈을 말하다

스물두살 연기에 목말라
다니던 대학 관두고 대학로 무대로…
현실적인 고통도 참으며 정통연기 공부
4년간 10여편 영화 출연 ‘신인 아닌 신인’

2년 후 한창 연기꽃 필 나이에 입대
주위에서 더 초조해해요, 하하…
평생 연기할건데 2년 공백쯤이야


꿈은 열심히 노력하며 찾는 사람들만 꿀 수 있는 특권이다.

고교시절 연기자를 꿈꿨지만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던 이제훈(27)은 대학에 가서도 그 꿈을 버릴 수 없어 결국 연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기회는 천천히 찾아왔다. 이제훈이 주연한 첫 번째 영화 ‘파수꾼’이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주연 영화 ‘고지전’은 올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꼽히는 블록버스터다.

7월21일 ‘고지전’ 개봉을 앞두고 이제훈을 만났다.

“인생에서 한 번 만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았다”고 7개월간의 촬영과정을 돌이킨 그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렸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 다니던 대학 관두고 대학로 극단으로

이제훈은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서울 대학로 극단을 찾았다. 그의 나이 22세 때 일이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제 적성은 무엇일까’ 늘 고민했어요. 앞으로 펼쳐질 저의 인생 스토리가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더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대학로를 찾아갔어요.”

그가 1년간 몸담았던 극단은 러시아 유학파 출신들이 모여 만든 ‘동’이었다. 정통 연극 연기를 배우던 그 시절을 이제훈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감내해야 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하고 싶으니까 참을 수 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해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이 학교 영상원 학생들이 만든 작품에 몇 차례 출연한 게 인연이 됐다. “한예종을 드나들며 느낀 분위기와 사람들에게 매료돼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훈의 스크린 경력은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출연 편 수는 10여 편에 이른다. 대부분 저예산 독립영화다. 짧지 않은 시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이 출연작 수와 장르에서 증명하고 있다.

이제훈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 개봉한 ‘파수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을 수상한 이 영화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2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상승세에 힘입어 그가 처음 도전하는 상업 영화가 ‘고지전’이다.


● 캐스팅 오디션 세 번…“군대에 다녀온 느낌”

‘고지전’은 한국전쟁 후반부, 휴전을 앞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휴전선 인근 고지에서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 군인들의 소모적인 전투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드라마를 다뤘다. 고수, 신하균과 함께 이제훈은 영화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긴장을 불어넣는 주역이다.

“제가 맡은 신영일 대위는 어린 나이지만 부대를 이끄는 사람이에요. 신영일은 상처가 있고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100억 대작인 ‘고지전’에 참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출자 장훈 감독 앞에서 세 차례나 오디션을 치렀다. 4개월 동안 계속된 오디션 과정을 두고 이제훈은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군대에 다녀온 기분이에요. 남북한 군인들이 대치하는 사각지대에서 평지부터 고지까지 저 혼자 뛰어오르는 장면을 찍을 땐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죠. 다음날 고개가 돌아가지 않을 만큼 몸이 굳었어요. 하하.”

이제훈은 ‘고지전’ 개봉 이후 더 바쁜 연기활동을 앞두고 있다. 출연을 논의 중인 드라마와 영화가 여러 편. 그 가운데 한 편을 골라 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가 하고 싶어요. 송강호, 전도연 선배님과 연기하고도 싶고요. 어릴 때부터 두 선배의 연기를 보고 자랐는데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날도 올 거라 믿어요.”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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