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소시’ 수영 언니 꼬리표 그만, 이젠 뮤지컬 수진시대!”

입력 2011-10-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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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겨울연가’에서 유진역을 맡고 있는 최수진.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좋다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제공|와이트리미디어

■ ‘겨울연가’ 주연 최수진

“동생 덕분에 잘 나가네” 시선 부담감
2년간 쉼없는 출연…당당한 주역 선언
내년 일본도 진출…뮤지컬 한류 야심


최수진(25)과는 인터뷰 일주일 전쯤 개인적인 자리에서 한 번 본 일이 있다. 뮤지컬 ‘겨울연가’를 관람하고 출연 배우들과 함께한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웃고 떠드는 유쾌한 자리였지만 그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간간이 미소를 지어 분위기에 맞출 뿐, 뭔가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말이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타입’이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눈 최수진은 밝고 명랑했다. 말도 잘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져 ‘그날 본 사람이 최수진 맞나’싶을 정도였다. 그날 일을 물으니 “지친 데다 공연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좀 있었다”고 했다.

그녀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겨울연가’는 일본 한류열풍의 원조격인 드라마 ‘겨울연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최수진은 최지우가 맡았던 유진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뮤지컬 ‘겨울연가’의 남녀 주인공인 김태한(왼쪽)과 최수진. 사진제공|와이트리미디어


최수진은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의 친언니로도 유명하다.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의 보도자료나 프로그램 북을 보면 어김없이 ‘소녀시대 수영의 언니 최수진’이란 문구가 들어 있다.

“동생 이름 때문에 아직 저를 뮤지컬 배우로 여기시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뮤지컬 계속 할 거냐’는 말도 많이 듣고요.”

사실 최수진은 동생 수영이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캐스팅되기 전부터 노래와 연기를 하는 사람이 되리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수영이 연예계로 진출했으니 장녀만큼은 공부를 계속하기를 원했다. 최수진은 숙명여대 중어중문과에 진학했지만 노래와 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부모 몰래 노래와 연기 레슨을 받으며 혼자 꿈을 키웠다.

최수진은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의 ‘글로리아’ 역으로 데뷔했다. 오디션에서 4∼5차례나 탈락의 쓴맛을 본 뒤였다. 앙상블(코러스, 군무를 맡는 배우)도 아닌 정식 배역 제의를 받고 얼떨떨하기만 했다.

언니의 뮤지컬 데뷔 소식에 가장 기뻐한 것은 동생 수영이었다. 공연 때마다 잊지 않고 화환도 보내준다. 드라마 연기에 더 욕심이 있지만 수영도 언젠가는 언니처럼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단다.

“동생 이름으로 공연이 더 많이 알려지고, 제 이름이 기억되면 좋은 거로 생각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죠. 있는 그대로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 덕분에 잘 되네’하는 시선도 부담스럽고요. 이제 스스로 정착을 빨리 해야죠.”

이들 자매가 가진 노래와 끼는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최수진의 가장 열렬한 팬이자 제일 무서운 비평가이다. 집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면 “너, 아까 그 부분에서 목 잡더라”, “호흡을 더 써야 한다” 며 날카롭게 지적을 하곤 한다.

그는 ‘살인마 잭’ 이후 ‘궁’, ‘오즈의 마법사’, ‘겨울연가’까지 2년 동안 쉬지 않고 뮤지컬 무대에 섰다. ‘겨울연가’는 내년 3월까지 공연한 뒤 수정 보완을 거쳐 일본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노래도 마찬가지지만 연기도 너무 부족해요. 스스로 느끼고, 매일 무대에서 배웁니다. 전 무대가 너무 좋아요”라는 최수진.

‘소녀시대 수영’을 넘어 ‘뮤지컬 수진시대’가 펼쳐질 날도 머지않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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