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불국대’ 양준혁 “심권호 눈에 거슬려! 전치4주 선사 하겠다”

입력 2012-01-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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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국가대표’ 멤버들은 mc 김성주, 문희준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예능감각을 뽐냈다. 촬영할때 만큼은 스포츠인이 아니라 예능인이 었다. 사진|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의 화려한 부활
● “예능+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 씨름도중 부상당한 우지원 “속상해요”
● ‘불국대’ 큰형님 이만기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양준혁(야구·44), 이만기(씨름·50), 김세진(농구·39), 김동성(쇼트트랙·33), 우지원(농구·40), 심권호(레슬링·41), 이봉주(마라톤·43). 이들은 마치 영화 ‘레드’의 주인공들 같다.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은 적어도 그랬다.

영화 ‘레드’의 주인공은 노장이다. 평범하고 약해보이는 노인들이 사실은 ‘은둔 고수’다. 전직 CIA 최고급 특수요원이었던 이들은 은퇴를 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적들과 대판 싸움을 벌인다. 총알이 날라 다니고 여러 명의 적들이 덤벼드는 상황에서 노인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여기에 한 술 더 떠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적을 초토화 시킨다.

물에 젖은 성냥처럼 절대 타오를 수 없을 것 같았던 노인들이 열정과 실력을 불태우고, 여기에 그들의 우정이 빛을 발하면 묘한 쾌감과 카타르시스가 엄습해온다.

이런 묘한 카타르시스가 ‘불굴의 국가대표(불국대)’ 멤버들에게도 느껴졌다. 촬영현장에 방문해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씨름 경기를 보면서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채널A ‘불국대’ 촬영 현장을 찾은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이들은 1월 14일 방송에 방송될 ‘씨름편’ 촬영을 위해 모였다. 촬영은 용인대 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비록 실내에서 촬영했지만 외투를 벗지 못할 만큼 싸늘했다.


▶ 양준혁은 씨름의 ‘운둔 고수?’

양준혁은 이번 씨름 경합을 자신했다. 다른 멤버들도 1위 이만기, 2위는 양준혁이 차지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멤버들은 운동장에서 오프닝 촬영을 마치고 12시쯤 권투장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멤버들은 씨름시합에 앞서 여유로움을 보이면서도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심권호 선수를 엎어치기로 던져서 기를 꺾어놓으려고요. 전치 4~5주 정도 나오게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양준혁은 ‘은둔 고수’ 같았다. 다른 멤버들이 이만기 다음으로 양준혁이 씨름을 제일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그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양준혁의 말을 심권호에게 전하자 장난스럽게 발끈했다. “오늘은 정말 열심히 해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양준혁은 심권호를 번쩍 들어 올렸다. 양준혁은 심권호를 들면서도 즐겁다는 듯 밝게 웃었다. 그러나 심권호는 진지했다. 심권호는 기술을 걸 때 입을 악물고 온힘을 다했다. 목에 핏줄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점차 붉어졌지만, 양준혁은 결코 녹녹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들의 대적은 촬영 현장에 한바탕 웃음을 안겨줬다.


▶ 어깨 부상당한 우지원 “속상합니다.”

우지원은 어깨 부상 후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의 표정이 꽤 심각하다. 사진|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안타깝게도 이날 촬영에서는 웃지 못 할 사건도 있었다. 우지원이 이봉주와 씨름을 하던 도중 어깨를 부상당해 응급처치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우지원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촬영에 합류했다.

우지원은 원래 어깨 인대가 좋지 않았다. 우지원은 “승부욕이 생겨서 힘을 주다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시합이 끝나고 나니 통증이 왔어요. 팔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나야 하는데 속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이 다소 심각했다.

다른 멤버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심권호는 “우리는 몇 십년동안 스포츠를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부상이 잦아요. 그래서 부상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에요. 그래서 누가 다치면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농담도 하죠.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야죠”라고 말했다.


▶ 몸은 부상 투성 이지만 열정만큼은 아직 20대

사실 우지원 뿐 아니라 김동성, 김세진도 몸이 좋지 않다. 김동성은 무릎이 안 좋다. 그는 오른쪽 무릎을 다쳐 세 번이나 수술을 했고 연골이 닳아서 없어졌기에 은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씨름 시합에 앞서 자신의 무릎 상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김세진은 근육통이 있다. 김세진은 “제가 근육통이 있어서 지난 수영 시합 때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불국대’의 씨름 상대자로 초대된 씨름 전 천하장사 이태현도 무릎부상 때문에 이만기과의 시합 중간 중간에 무릎에 파스를 뿌리곤 했다.

몇 몇 멤버들이 부상으로 고군분투 했지만, 이들의 열정만큼은 결코 병들지 않았다. 경합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부상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뒀던 열정을 다시 꺼내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 불타는 승부욕 “죽어도 지기 싫다!”

은퇴 후 용인대학교 유도경기지도학과에서 교수로 강의 중인 이태현과 이만기의 씨름 시합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사진|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양준혁은 “다들 승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대충 대충이 안돼요. 뭘 하든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때문에 연예인이 예능을 하는 것 하고는 좀 다를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MC 문희준도 이들의 뜨거운 열정에 공감했다. 문희준은 “촬영이 끝나면 ‘이 정도 밖에 못해요?’이런 농담을 감히 못 하겠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멤버들의 눈빛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멤버들이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문희준은 “멤버들과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며 금방 친해졌어요. 또 운동선수들이라 선후배 관계가 잘 되 있어서 서로 잘 챙겨줘요. 체계도 잘 잡혀있어서 다른 예능프로그램보다 편하게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불국대’의 큰형님 이만기는 듬직했다. 스포츠와 열정에 대해 얘기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으며, 촬영이 시작될 때면 위트 넘치는 말들로 재미를 더했다. 멤버들에 대한 믿음도 굳건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뒤흔들었던 사람들이잖아요. 세계 최고를 했기에 예능에 와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추위 속에서 벌벌 떨며 씨름 경합을 벌인 ‘불국대’ 멤버들은 경합을 마치고 5시 30분 쯤 1차 촬영을 마치고 권투장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통화를 하고, 권투장에 있는 역기를 들어 올리며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마치 고향 친구처럼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심권호는 “이제 스포츠를 떠났기 때문에 선후배가 아닌 형 동생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고향친구를 만난 포근함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과거 스포츠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옛 동료이자 파트너가 아닐까?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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