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천재용 역 이희준

시청률 높은 드라마 덕에 낯선 경험
좋아하던 제주도 여행도 조심스러워
40대엔 설경구 황정민 역할 맞아야죠


“예민해져요. 고민도 많아지고요.”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희준(33)에게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은 사실 조금 먼 이야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품성은 높지만 시청률은 낮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단막극, 영화의 개성 강한 조연, 연극 무대에 주로 오르던 그의 고민은 늘 ‘연기’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 시청률 좋은 ‘인기 드라마’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출연하면서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혼자 즐겨 찾던 북한산 등반도 여의치 않고, 열 번은 넘게 갔던 제주도 여행도 조심스러워졌다. 인기가 많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겪는 ‘낯선’ 경험들이다.

“혼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사람들의 관찰 대상이 되더라고요. 산에서도 철저히 혼자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 지금은 사진을 같이 찍자는 등산객들이 많아졌고요. 너무 감사한 일들인데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라 어색하네요.”

이희준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남주의 과외 제자이자 중소기업 회장의 아들인 천재용으로 출연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엄친아 캐릭터. 사투리가 묻어나는 어설픈 서울말과 능글맞은 표정 연기는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천재용은 이희준의 실제 삶과 많이 닮았다. 경상도 출신으로 조금 무뚝뚝한 성격,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성향 등이 고스란히 캐릭터에 묻어 있다.

○ 감독·작가들 사이 ‘꼭 한번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로 꼽혀

드라마 출연작이 적어 신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는 충무로와 대학로에서 꽤 오래전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영화 ‘특수본’ ‘황해’ ‘부당거래’ ‘밀양’, 연극 ‘게이 결혼식’ ‘늘근도둑 이야기’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등의 출연작들이 그의 연기 역량을 대신 말해준다.

배우들 사이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 그리고 감독과 작가들에게는 꼭 한번 작품에 출연 시키고 싶은 배우다. 이희준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출연한 것도 평소 이희준의 작품을 통해 팬이 된 박지은 작가의 적극적인 추천이 작용했다.

찾는 곳이 많다보니 전작인 ‘난폭한 로맨스’를 찍을 때는 영화 ‘차형사’와 ‘환상 속의 그대’ 작업도 병행해야 했다.

이희준은 “유명해져서 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굴이 알려지면서 생활이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반대로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유명세가 필요하다 점에 대해 그 스스로도 ‘좀 아이러니 하다’며 웃었다.

올해 나이 서른셋인 이희준은 곧 다가올 마흔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출연 제의를 받은 영화 시놉시스를 읽으며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정작 눈길은 자꾸 다른 캐릭터, 다른 대사에 눈길이 가더라는 것.

“그 역할은 40대인 설경구, 황정민 선배들이 할 캐릭터였어요. 저는 아직 어려서(?) 할 수 없는 역할이죠. 아쉽기도 했지만 동시에 신나기도 했어요. 그런 역할을 하기까지 저에게는 아직 몇 년이라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잖아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