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각시탈’ 기무라 역 박주형 “송승헌 눈썹, 한 뭉텅이 밀어 냈죠”

입력 2012-06-15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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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주형.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신인배우 박주형의 발견…아버지가 멱살잡고 연기학원 끌고 간 배우’

“2012년 1월 1일은 정말 운명 같은 날이었어요.”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의 악역 ‘기무라 켄지’의 얼굴이 정해진 날이었다. 이 남자, 요즘 욕 먹는 재미에 빠졌다.

머리에 기름을 흠뻑 발라 2대8 가르마를 만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썹도 다듬어봤다는 그는 신인 배우 박주형이다.

수목드라마 ‘각시탈’은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땅의 ‘슈퍼 히어로’ 각시탈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은 안방극장의 흥행보증수표 주원. 박주형은 극 중 종로 경찰서 경부 기무라 켄지 역을 맡아 강토(주원 분)와 매일 으르렁거린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박주형의 데뷔작은 ‘각시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07년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단역으로 데뷔해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 ‘계백’, ‘강력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했지만 겨우 1회 분량이었다.

“오디션 기간이 이미 끝나버렸는데 윤성식 감독님이 절 찾아주셨죠. 처음에는 신문 기자 역이었는데 미팅과정에서 더 큰 비중의 켄지 역으로 캐스팅됐어요. 어안이 벙벙했죠.”

대화를 시작한지 불과 3분? 박주형은 예상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악랄하고 잔인한 기무라 켄지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쾌함이 있었다. 오히려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가르마가 없으니 못 알아보시겠죠? 얼굴도 크죠?” 생글생글 웃으며 농담도 던졌다. 켄지와 너무 다른 얼굴에 성격이 궁금했다. “사실 저 막내아들이에요. 조카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요즘은 TV 속 저를 보고 삼촌이 나빠 보인대요. 맛있는 것 많이 사줘야 겠어요.”

어린 조카도 알아볼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박주형의 노력은 외모와 표정에서도 드러난다.

배우 박주형.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시커먼 송승헌 눈썹도 날카롭게 한 뭉텅이 밀어냈고, 2012년에 사는 사람이 보기엔 웃긴 2대8가르마 헤어스타일도 감행했어요. 켄지는 악역이지만 아버지(기무라 타로)에게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회색지대에 있는 인물이에요. 각시탈과 아버지 사이에서 안간힘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 근육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켄지가 잘 생겨 보일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드라마 ‘각시탈’은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 촬영장은 박주형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다. 후배이지만 주원의 살아있는 감정연기와 천호진 같은 명품조연들의 개성 있는 연기 등 배울 게 많다. 특히 1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 분)의 바보 연기는 박주형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7일 방송된 4회에서 과거 회상 신 중 옥에 갇힌 강산이 인분을 벽에 칠하는 장면은 상상이상이었단다.

“실제 촬영은 어마어마해요. 방송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에요. 신현준 선배는 항상 현장의 중심에서 모든 장면을 직접 연출해요. 애드리브의 천재이자 왕이죠. 바보인 척 살짝 엉덩이를 보이는 것조차 선배의 아이디어죠. 저도 하고 싶어서 켄지의 대본을 막 뒤져봐요. 정말 부러워죽겠어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랐다. 그는 각시탈의 액션 연기를 대신한 스턴트맨과 신현준의 외모가 닮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이죠.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액션 연기는 뺄 수가 없죠. 사실 신현준 선배 닮은 대역 분들은 많아요. 그런데 코는 어떻게 따라할 수가 없잖아요. 하하!”

박주형의 히어로 신현준은 14일 방송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하차했다. 기무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엄청난 ‘멘붕’이 올 테니 각오 하고 보셔야 해요. 앞으로의 비밀도 밝혀지고, 켄지의 거취도 결정됩니다. 6회쯤 알 수 있을 겁니다. 스포일러성 발언을 하면 출연료 못 받을 까봐 더는 말 못해요.”

이제 출발선에 선 박주형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얇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종이의 얇은 모서리가 아닌 꽉 채워진 면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고등학생 시절 제 멱살을 잡고 연기학원에 끌고 간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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