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안산밸리록페, 음악·문화 발전을 위한 값진 한걸음 ‘성황리에 마무리’

입력 2013-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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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록페)가 새로운 둥지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7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3일간 개최된 안산밸리록페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며 국내외 80여 팀의 아티스트와 총 7만 8000여 명의 음악팬을 동원하며 대장정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안산밸리록페는 첫째 날 1만 9000명, 둘째 날 3만 2000명, 마지막 날엔 2만 7000명 등 총 7만 8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안산 대부도에서 펼쳐졌다. 안산밸리록페는 올해부터 성장하는 페스티벌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세계 최초 4만 평 전용부지를 마련하며 지산 리조트에서 안산 대부도로 장소를 이전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갈대밭이었던 부지를 땅을 고르고 잔디를 심어 페스티벌 현장으로 탈바꿈한 변신에는 안산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큰 몫을 했다. CJ E&M 측은 "예년보다 10배 이상의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필수의 선택. 기업과 지자체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설명했다.

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짙게 깔린 해무와 어우러진 음악의 신비로운 매력은 안산밸리록페의 또 다른 헤드라이너다. 록페 전용부지를 설립하며 땅을 고르고 새로이 심은 이곳의 잔디와 어린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차근히 성장하는 안산밸리록페의 미래가 밝다"고 호평했다.

페스티벌 전용 부지의 확보는 사운드의 퀄리티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페스티벌 제작진 측은 "기존에는 주거 지역과 인접한 리조트이다 보니 음향 데시벨이나 조명 사용에 제한이 많았다. 이번에는 페스티벌 전용 부지를 마련해 아티스트가 원하는 최상의 사운드를 마음껏 구현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이러한 자신감은 뮤지션들의 무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7일(토) 헤드라이너로 참가한 스크릴렉스(Skrillex)는 컨테이너 한 대 분량의 1.8톤 우주선 스테이지를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 와 한국의 음악팬들의 귀를 만족시켰다.

마지막 날인 29일 헤드라이너인 나인인치네일스(NIN)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매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무대 연출을 보여준 이들은 이번 공연에도 이색적인 조명과 비디오 연출로 눈과 귀는 물론 오감이 반응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안산밸리록페 현장은 록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닉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조화를 이뤘으며 헤드라이너는 물론 72시간 놓칠 수 없는 허리급 라인업들이 촘촘히 무대를 이루며 한 발짝 성장하고 있는 록 페스티벌의 면모를 입증했다.

3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대를 가득 메운 큐어를 시작으로 해무와 함께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 The XX, 1.8톤 우주선 DJ 무대와 현란한 영상 그리고 태극기를 온몸에 두른 것도 모자라 초대형 태극기 영상을 띄워 개념 아티스트로 등극한 스크릴렉스, 관객들과 호흡하며 한 무대를 꾸민 스테레오포닉스, 수십 톤의 조명 장치를 공수해 영상 스크린 없이도 빅탑스테이지를 장악한 나인인치네일스, 뱀파이어 위켄드의 연이은 무대는 안산밸리록페를 찾은 관객들을 잠시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2013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을 수상하며 급속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펀(FUN.)은 한국 팬들과 하나 되는 무대로 가까이 교감했다. 그는 팬들의 연이은 '떼창'과 열렬한 호응에 "내 생애 최고의 무대였다. 이는 오로지 당신들 덕분이다. 최대한 빨리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고 소감을 밝혀 관객을 더욱 열광케 했다.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


국내 아티스트도 만만치 않았다. 25년 차 맏형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을 필두로 국카스텐, 불독맨션, 넬, 3호선 버터플라이, 데이브레이크, 이지형, 피아, 한희정, 로맨틱 펀치, 넘버원 코리아 등이 한국 록 밴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들은 자신들의 곡은 물론 선배들의 명곡을 자신들의 개성에 맞게 편곡해 관객들과 더욱 면밀히 호흡했다. 여기에 로이킴, 유승우, 박정현 등의 가수들도 참여해 페스티벌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관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밖에도 관객들은 다양한 체험관과 편의 시설들로 깨알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도 관객들을 기다렸다. 눅눅한 날씨지만 안산밸리록페를 찾은 관객들은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대와 무대간의 동선 역시 한층 개선됐다. 넓은 부지에도 쉽게 무대를 찾을 수 있었고 무대 간의 이동이 자유로웠다. 샤워부스와 세면대, 화장실 역시 확충돼 관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안산밸리록페에는 외국인 팬들도 많았다. 공연장 곳곳에서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팬들이 록 음악을 즐겼다. 또 유럽과 남미 등에서 온 팬들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의 흥을 돋웠다. 음악 아래서 대중들이 하나가 됐다. 음악과 함께 문화와 트렌드가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수만 관객들의 화합의 장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4만 평이라는 전용부지를 마련하면서 도시에서의 접근성이 다소 불편했다. 또 비로 인한 진흙탕 바닥이 관객들의 발과 마음을 붙잡았다. 하지만 주최 측은 관객들의 이러한 불편함을 최대한 감소시키기 위해 4호선 중앙역에서 공연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가 하면 곳곳에 진행요원을 배치하는 관객들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지산에서 안산으로 터전을 옮겨온 밸리 록 페스티벌. 부지 정돈 및 무대 시설 등 변화하는 'needs'에 맞춤형 충족을 구현하는 록 페스티벌의 발전은 쉼 없이,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진행되고 있다. 이젠 이 음악과 문화가 하나 된 페스티벌을 즐기는 관객들의 책임 있는 공연 문화 형성이 필요할 때다. 관객 스스로 공공질서와 공중도덕 지키기에 앞장서야 한다. 안산밸리록페를 찾은 관객들의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더욱 밝은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안산 |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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