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막상 아이돌 스케줄로 지내려니 못 살겠네요”

입력 2013-11-1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짧은 등장이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 배우들이 있다. 이른바 ‘씬 스틸러’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라미란은 장르와 캐릭터, 출연 분량보다는 그저 “작품이 좋고, 사람이 좋으면 가리지 않는다”며 나름의 작품 철학을 공개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친절한 금자씨’부터 ‘막돼먹은 영애씨’까지…명품 씬 스틸러 라미란

장수프로 ‘영애씨’ 폐 될까 출연 망설여
‘진상’ 라과장 역…첫 메이크업 때 충격

왜 하필 케이블 드라마? 연기는 똑같아
아이가 더 크면 다시 연극 무대도 설 것


스크린에서는 낯익은 얼굴. 하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아직 낯설다.

배우 라미란(38)은 강한 인상만큼 인상적인 연기로 대중의 뇌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4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는 연기자로서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스무살 때부터 연극을 하며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이 바닥’에 발을 들여 놓았다. 올해 유독 바쁘게 지낸 그는 “아이돌 스케줄로 지내려니 못 살겠다”면서 웃는다.

라미란을 두고 대중은 ‘씬 스틸러의 안방극장 습격’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분량을 다 합치더라도 한 편 분량이 안 될 것”이라는 라미란은 ‘친절한 금자씨’를 시작으로 8년 동안 주조연, 단역, 우정출연 등 가리지 않고 3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디자이너, 조선족, 무당, 가수지망생, 청소부, ‘그냥 옆집 아줌마’ 등 캐릭터도 다양하다.

드라마의 시작은 2009년 ‘신데렐라맨’. 이후 ‘짝패’ ‘패션왕’ ‘더킹 투하츠’ ‘수상한 가정부’ 등에도 얼굴을 비췄지만 케이블채널 tvN ‘막돼먹은 영애씨12’ 출연을 계기로 최근 시청자 눈에 들었다.

14일 막을 내린 이 드라마에서 라미란이 연기한 라과장은 ‘진상’ 그 자체다. 7대3으로 정갈하게 가르마를 타고 하나로 질끈 묶은 헤어스타일, 빈 틈 없이 빨갛게 바른 입술, 팔 토시, 에코백(천가방), 촌스러운 블라우스는 라과장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한 뒤 거울을 보며 울었다. 허옇게 뜬 얼굴에 빨간 립스틱이라니. 영혼 없는 종이인형 같았다.(웃음) 립스틱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거절했는데 작가가 하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서 선택했다’고 하더라. 하하!”

사실 라미란은 ‘막돼먹은 영애씨12’ 출연을 한 차례 고사했다. 2007년 첫 방송을 시작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채널 통틀어 최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출연을 결정했지만 방송 후 한 달 동안은 마니아 팬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장수프로그램에 뒤늦게 올라타 폐만 끼치고 망신당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모든 시청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지 않나. 시청자가 변화에 진통하는 시기를 함께 겪으면서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 작품을 통해 리얼다큐 드라마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케이블채널 작품도 처음이다. 그는 “케이블채널 드라마 한다고 하니깐 반응이 영…. 주변에서는 영화하다가 드라마를 하는 것도 탐탁치 않게 본다”며 “연기하는 건 다 똑같은데 무슨 상관이냐. 이제는 그런 경계가 없어진 것 같다. 작품 좋고, 사람 좋으면 가리지 않고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높게 인정했다.

여러 모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한 라미란은 인기의 맛도 봤다. 마트에서 한 남성이 “라과장님”이라고 부르자 “그 소리에 뒤돌아보는 내가 더 신기했다”며 즐거워했다. 10년 동안 연극하면서 잘 몰랐던 것들을 영화와 드라마로 하나둘씩 알아가고 있다. 욕심을 부리면 일거리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깨우치는 데 꼬박 10년이나 걸렸다.

그는 “난 스타도 연예인도 아닌 연기하는 사람이다. 원한다면 해야 하는 광대”라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인정받으면서 할 수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어제보다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고 다시 마음을 다지고 있다.

3년 전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무대에 섰던 라미란. 스무살 때 무대를 휘저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날을 다시 꿈꿨다.

“노래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쉬는 기간이 길수록 감이 떨어지지 않나. 아이가 지금 열살인데, 라면이라도 혼자 끓여먹을 수 있을 때가 되면 다시 연극으로 돌아가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