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국악기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홍대 인디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음악가로 인정받고 있다. 정민아의 이름을 확고하게 각인시켜 준 1집 ‘상사몽’을 비롯해 베이시스트 서영도와 호흡을 보여준 2집 ‘잔상’, 생활밀착형 가사가 돋보인 3집 ‘오아시스’까지, 매 앨범마다 변화를 보여주며 기대를 받아왔다.
3집 ‘오아시스’에서부터 사람과 일상의 삶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진 정민아는 1년가량 전주, 원주, 부산 등지를 돌며 관찰과 사색의 시간을 보냈다. 정민아는 여행을 통해 가난한 아가씨, 혹은 서른세 살의 엄마, 또는 부정한 여인, 또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이 되어 그들의 삶 안에서 그들을 노래했다.
4집은 이전의 어떤 앨범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들은 프로듀서 서영도의 세련된 편곡과 정민아의 원숙해진 목소리로 중화되어 편안하고 아늑하게 전달된다.
정민아는 음반사 소니뮤직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사람, 날것의 사람, 나와도 너와도 같은 사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처음과 끝은 같다’는 것을 자꾸 잊는 우리의 삶에게, 그걸 간과하지 않기를 바라며.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이 당연하듯, 어느 날은 찬란하고 어느 날은 고통스러운 삶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가운데 사람의 반짝임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을 노래하고 싶었던 모양이다”고 소개했다.
‘사람의 순간’은 기본적으로 대중음악을 지향한다. 잔잔한 보사노바 리듬의 ‘입속의 말’과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사람의 순간’은 가야금이 노래 안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가난한 아가씨’ ‘울지 말아요’ ‘희망가’와 같이 여백이 많은 곡의 가야금은 많은 움직임이 없어도 큰 울림으로 남는다. ‘사랑 노래’에서 가야금으로 마치 베이스처럼 워킹하는 주법은 악기 본연의 성음을 살리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전작에 이어 이번 앨범의 세션도 정민아와 꾸준히 작업해 온 실력파 뮤지션들이 맡았다. 베이스 서영도, 드럼 한웅원, 키보드 민경인, 피아노 유승호, 아코디언 박혜리 등이 참여했다.특히 재즈보컬 말로가 보컬 디렉팅을 맡아 정민아의 목소리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4집 ‘사람의 순간’의 탄생에 있어서 주목할 만 한 것은, 정민아의 변함없는 ‘인디’적인 태도이다. 기획사나 매니저 없이 혼자서 SNS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이 움직임에166명이 참여했으며 총 851만원이 모였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