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은 지난 5일 밤 방송된 '닥터 이방인'에서 남한에서 태어나 북한의 의사로 성장하게 된 박훈으로 분해 애절한 로맨스 연기와 의사로서의 고뇌를 드러냈다.
이종석은 이날 어린 박훈과 그의 아버지 박철(김상중)이 왜 북한에 머무르게 됐는지가 설명된 후 원더걸스의 '텔 미'에 맞춰 춤을 추는 앙증맞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능숙한 이북 사투리와 함께 친구들에게 남한의 대중가요 테이프를 파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았던 박훈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리고 이종석은 송재희 역을 맡은 진세연과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이들은 서로를 운명의 상대로 알고 마음을 나눴지만 북한의 숙청대상에 재희의 가족이 포함되고 생이별을 하게 되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키스를 나눠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이종석의 연기는 북한 노동당에 의해 인체실험을 할 때의 고뇌를 드러내면서 폭발했다.
그는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다시 만나게 된 재희를 살리기 위해 그의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자 "의사가 되면 사람 죽이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느냐. 내가 그곳에서 한 일이 거부반응이 일어날 걸 뻔히 알면서 이식을 했고, 산 사람의 배도 수없이 갈랐었다"면서 묵혀뒀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또한, 아들을 탈북시키고 죽임을 당한 박철의 모습을 창살 너머에서 바라보는 박훈의 소리 없는 울음은 한때나마 그의 탈북자 연기를 우려했던 시청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종석은 그동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나 지극히 '남조선'스러운 비주얼로 인해 그가 그냥 탈북자 연기도 아니고 천재 의사인 탈북자를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는 계속됐다.
분명히 '닥터 이방인' 1회는 이종석의 원맨쇼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제 이 작품은 연출과 극본만 잘하면 되는 드라마가 됐다. 여전히 캐릭터는 남아있고 진짜 이야기는 시작도 안했지만 이날 1회에서 보여준 전개와 이종석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게 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