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김부선, 영화 향한 ‘갈망’

입력 2014-05-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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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부선. 영화제 기간 만난 관계자들로부터 최근 출연한 ‘몬스터’에 대한 호평을 받은 그는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싶다”고 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제67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부선. 영화제 기간 만난 관계자들로부터 최근 출연한 ‘몬스터’에 대한 호평을 받은 그는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싶다”고 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뜻밖의 만남이다.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여러 배우와 감독들이 있지만 온전히 ‘즐기려고’ 축제를 찾은 이도 있다. 배우 김부선이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배우고 싶었다.”

그가 밝힌 칸에 온 이유다.

하지만 두 마디로 그의 칸 여행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칸에서 여러 영화 관계자와 감독들로부터 ‘어서 영화를 하라’는 말을 들을 때면 힘이 나다가도 울적해진다.

이미 칸으로 향하기 전, 그는 주위에 ‘연기를 관두고 싶다’는 말을 남겼던 터다. 서울 생활을 끝내고 고향인 제주로 내려갈 준비도 거의 마쳤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이제 고향으로 가고 싶다. 제주에 정착해 살면서 올레길 가이드를 하면서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겐 작은 폐가가 하나 있는데 개조해서 소극장을 만들어보고도 싶다. 그 곳에서 마음껏 연기하는 꿈도 꾼다.”

김부선은 영화수입 일을 하는 조카와 칸에 동행했다. 조카가 일로 바쁠 때면 혼자 칸 해변을 걷는다. 그는 “제주와 칸은 많이 닮았다”고 했다. 조용하고 시원한 바람, 늘 웃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의 눈에는 닮았다.

“제주는 여전히 공동체 삶이 강하다. 바쁜 도시는 사람 마음까지 바쁘게 하지 않나. 이젠 고향에서 마음을 쉬고 싶었다. 그래서 칸에 오기 전 ‘이제 연기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이 곳에 오니 다시 갈망이 생기는 것 같다. 버리려고 온 게 아니라 채우려고 온 듯 하다.”

칸에서 만난 영화 관계자들은 그에게 최근 출연한 영화 ‘몬스터’의 이야기를 자주 묻곤 한다. 의붓아들을 상대하는 잔혹한 계모 역을 소화한 그는 많지 않은 출연 분량이었지만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몬스터’는 김부선이 2007년 ‘황진이’에 참여하고 7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하지만 김부선이 느끼는 영화 공백의 체감 시간은 그 보다 더 긴 듯 했다. 몇 번이나 ‘몬스터’를 “10년 만의 영화”라고 했다.

“아직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배우를 왜 찾지 않을까…. 원망도 많이 했다. 나를 써 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나는 겁쟁이다. 거침이 없고 용감해야 하는데, 소심하고 늘 좌절한다.”

사람의 마음은 여러 개다. 원망하고 좌절하지만 “가장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때가 지금”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영화를 향한 갈망 같은 거 아니겠나. 수십 년 동안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쌓아온 감정들이 있다. 이젠 그걸 풀어내고 싶다. 그리고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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