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새가슴 된 강호동, 은퇴 트라우마 벗어라

입력 2015-01-21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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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사고를 겪고 나면 조심성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운전경력이 얼마가 됐든 아찔한 경험은 상처를 남기고 별 것 아닌 상황에도 지레 겁을 먹게 된다. 그래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는 것이다.

지금의 예능계에서 이런 새가슴을 보유한 사람을 꼽는다면 강호동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천하장사를 지내고 한 분야에서 최고에 자리에 오른 사람에게 “새가슴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최근의 강호동을 보면 딱 그 느낌이다.

한때 '무한도전'과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를 이끈 KBS2 '1박 2일'의 리더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입장에 서서 악전고투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는 강호동이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SBS '스타킹' 400회를 맞아 마련된 기자 간담회 자리였다.

강호동은 이때 400회를 맞은 소감과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 '무한도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경쟁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미덕과 장점을 말해달라"는 말에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분명히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MC로서 이 노코멘트는 상도덕을 지키는 일종의 매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MC도 아닌 야성(野性)으로 똘똘 뭉친 강호동임을 감안하면 지나친 조심성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강호동이 많이 주눅이 들어있다. 굉장히 호탕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방송에 대한 열정만큼 깐깐하고 섬세한 면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호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한 방송 관계자도 "최근 연이은 프로그램의 실패 때문은 아니다. 강호동이 변하게 된 계기는 과거의 탈세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강호동이 방송에서 주당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에는 술을 잘 입에 대지 않는다 "고 급격히 변화한 강호동의 모습을 전했다.

그렇다면 주눅 든 강호동의 어깨를 피게 할 방법은 없는걸까. 호랑이 소리를 듣던 예전의 기백을 찾을 방법은 과연 없는가.

이같은 질문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강호동과 그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관계자는 "물론 다른 MC들도 자신들과 잘 맞는 연출자 혹은 작가와 함께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강호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실패하지 않았나. 그가 새로운 PD, 작가와 함께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관계자는 "강호동도 변해야 한다"면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강호동을 전면에 내세워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을 맡기는 게 편하다. 그러나 강호동도 변화를 위해 스스로 역할을 낮춰 관찰 예능이나 리얼 버라이어티 쪽으로 선회해보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분명히 강호동은 과거 탈세 논란을 겪으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잠정은퇴 기간 동안 앞으로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의 강호동은 그 잠정은퇴 기간동안의 심사숙고가 만든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결과만 놓고 보라. 겸손해지고 착해진 강호동의 프로그램들은 어떤 성적을 냈는가.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열심히 포효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강호동 특유의 에너지와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부디 모래판에서 대선배를 이기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던 강호동만의 멋진 건방짐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사진=동아닷컴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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