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연예인 부동산 순위’가 유감스러운 이유

입력 2015-06-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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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권상우-원빈(오른쪽). 사진|동아닷컴DB·스포츠동아DB

마치 스타들의 ‘부동산 제국’을 생중계로 접하는 기분이다.

9일에도 어김없이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 소식이 알려졌다. 한류스타 권상우가 서울 성수동 공장 부지를 80억원에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이미 서울 청담동과 경기도 분당의 건물을 소유한 그가 수백원대 ‘부동산 재벌’이 됐다는 기사도 경쟁적으로 잇따랐다.

거의 매일 등장하는 스타의 부동산 재테크 소식이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에는 톱스타 원빈이 서울 시내 건물 두 채를 구입해 70억원에 달하는 재산가가 됐고, 1년간 19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영리한’ 재테크 전문가로 포장되기까지 했다.

은행 담보 대출 대신 대부분 ‘현금’으로 건물을 매입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식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지난해 김태희는 서울 테헤란로의 지하 3층, 지상 6층 건물을 132억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84억원을 현금으로 치른 사실이 상세하게 알려졌다.

높아진 사회적 위상과 해외 한류의 인기 등으로 스타의 경제적 수입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김수현, 이민호 등 특급 한류스타의 연간 수입은 이미 100∼200억원에 달한다. 막대해진 수입을 관리하는 차원의 재투자로서 그들의 부동산 재테크는 적합한 수단일 수 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거품 인기’의 위험을 누구보다 체감하는 연예인으로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건물에 집중하는 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부동산은 여전히 강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통한다. 많은 이들이 최고의 재테크 방법으로 ‘임대수익’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연예인이라고 다를 리 없다.

하지만 ‘현상을 알리는 것’과 ‘과잉된 분위기를 과장해 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 보도는 ‘전자’를 빙자한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더욱이 최근 전세가는 치솟고,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목적에 둔 이들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는 것도 누구나 짐작할 만한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연예인들의 부동산 매입 소식이 자칫 ‘과장과 포장’의 보도 수단으로만 유통된다면 또 다른 과열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마치 부동산 시세로 순위를 매기는 듯한 보도가 유감스런 이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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