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故 김광석·서지원 20주기…우린 벌써 그들을 잊었나

입력 2016-01-06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故 김광석-故 서지원(오른쪽)

1996년 1월1일 그리고 그 닷새 뒤. 가수 서지원과 김광석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한 수많은 팬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빠졌다. 두 사람의 장례를 지켜보며 숱한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팬들은 ‘또 하루 멀어져’가는 무심한 세월 속에서도 희미한 추억이나마 보듬어왔다. 각종 방송 음악프로그램들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와 김광석이 남긴 불멸의 명곡들을 쉼 없이 들려줬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의 시간이 지난 올해. 그 분위기는 사뭇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세월은 흘렀고, 노래는 ‘점점 더 멀어져’간 탓일까. 여전히 그들의 노래는 가슴을 울리지만 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려는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김광석은 1995년 1000회 소극장 공연의 마당을 열어준 김민기 학전 대표, 동물원, 박학기 등 동료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 김광석 추모사업회(추모사업회)가 추모재단 설립 등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또 그의 20주기 기일인 6일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마지막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가 열린다. 이날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추모제와 고인의 고향인 대구에서 열리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는 팬들의 힘으로 추억의 마당을 연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대중문화계 전반에 퍼졌던 ‘김광석 열풍’에 비하면 그 분위기는 초라해 보인다. 2013년 당시 ‘그날들’ ‘디셈버’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김광석의 노래를 펼쳐낸 초대형 뮤지컬이 3편이나 무대에 올랐고, 그의 음악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도 잇따라 제작되는 등 고인의 음악적 발자취를 좇는 관심은 크게 이어졌다.

그에 비하면 서지원은 어쩌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아예 그 자취를 감춘 것 같다. 마치 한순간 자신의 부고를 알리며 수많은 팬들에게 슬픔을 안긴 것처럼, 그의 부재는 더욱 큰 아픔을 준다. 1일 누구도 그를 떠올리지 않았고, 그 어디에서도 추억하지 않았다. 겨울날의 찬 냉기만 가슴을 때릴 뿐이었다. 그래도 서지원의 애절하면서도 가냘픈 목소리나 김광석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다만…, 기일만이라도 짧은 추억의 되새김질로 우리네 언 가슴을 녹여보는 건 어떨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