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응팔’은 추리극인가…남편찾기에 올인

입력 2016-01-11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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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남편 찾기로 tvN 금토극 ‘응답하라1988’의 본질이 잊히고 있다.

지난주 ‘응답하라1988’(이하 ‘응팔’)은 시청자들이 러브라인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쌍문동 포장마차 우동보다 분량이 없던 김정환(류준열)은 성덕선(혜리)에게 품었던 그동안의 마음을 긴 호흡으로 내뱉었지만 “이제 됐냐?”라는 한 마디로 진심을 전하지 못했다. 반면 김정환처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최택(박보검)은 성덕선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으며 그녀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다. 더욱이 이미연과 김주혁이 출연하는 장면에선 김주혁의 말투와 행동이 김정환에서 최택으로 변한 듯해 시청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문제는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가 시청자에게 거는 밀당이 흥미롭지 않다는 점이다. 주인공 3인방의 감정이 불친절하게 그려진다. 생략된 감정의 흐름을 ‘알아서 짐작해보라’는 식이며 납득하기를 강요한다. 특히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의 여주인공이 사랑 표현에 주체적이었던 데 비하면 성덕선의 감정이 전무하다.

오히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시청자에게 아쉬울지 모른다. 앞서 신원호 PD가 기자간담회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반응만 준다면 행복할 거 같다. ‘응팔’은 20회를 모두 가족 이야기로 꾸몄다.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가 있는데 가족 이야기가 남편 찾기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응팔’을 보면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가족 이야기와 남편 찾기 모두를 잡으려다 이도저도 아니게 돼 버린 것이다.

‘응팔’은 가족 이야기에 방점을 둬 앞선 ‘응답하라’ 시리즈와 차별화하려 했다. 허나 실제 ‘응팔’ 속 가족 이야기는 눈물 내기용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통인 남편 찾기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제작진이 버릴 수 없는 카드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추억하면 첫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는 신PD의 말과 달리 첫 사랑의 향수는 6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을 때까지 진전 없는 답답한 전개로 일관된다. 아련하지도 아름답지도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응팔’은 종영까지 2회 남아 있다. 현 극 상황에서 김정환과 최택 중 누가 남편이 되든 ‘응팔’ 속 사랑 이야기는 완전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둘 중 한 캐릭터는 가슴 아파야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는 결말을 납득해야만한다.

‘응팔’ 19회는 오는 15일 오후 7시45분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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